'불의 고리' 또 대재앙 … 인도네시아 지진 사망 4600명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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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가 또 대형 사고를 쳤다. 이번엔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현지어는 '자와')의 인구 밀집지역인 족자카르타가 제물이 됐다. 27일 오전 5시54분(현지시간) 이 지역은 리히터 규모 6.2의 지진에 강타당했다. 진도 자체는 초강력이 아니었지만 피해는 초대형이었다. 이미 사망자가 4600명 이상 발생했고 부상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발굴된 시신은 미처 옮기지 못해 도로에 널브러져 있으며, 병원들은 밀려드는 부상자로 아비규환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인접 도시 솔로에서 족자카르타로 들어가는 도로 주변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무너진 집 주변에는 집기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한 주민들의 애처로운 노력은 이어지고 있었다. 평소 해외 관광객으로 붐비던 족자카르타 공항은 활주로의 균열로 이틀째 운행이 중단됐다.

현지 전문가들은 "환태평양 지진대가 또다시 분노했다"고 입을 모았다. 연평균 2~6㎝ 속도로 밀리는 환태평양 지진대 중간에 끼여 있던 인도네시아 자바섬 판이 다른 판과 강하게 부딪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미 진앙에서 35㎞ 북부에 있는 므라피 화산이 15일부터 연기를 내뿜으며 산 아래 4㎞ 지점까지 용암이 흘러내리는 등 화산 폭발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지질연구소(USGS)에 따르면 최근 50년간 지구촌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 이상 강진은 500회에 이르는데, 이 중 15%가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일어났다. 최근의 대재앙으론 2004년 말 남아시아와 동남아에서 2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해일(쓰나미)이 있다.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80년 미국 세인트 헬레나 화산 폭발, 95년 일본 고베(神戶) 지진도 큰 인명 피해를 냈다. 올 1월에는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 리히터 규모 7.8의 지진이, 23일엔 러시아 극동지역의 캄차카 반도에서 리히터 규모 6 안팎의 지진이 발생했다. 28일에도 통가와 파푸아뉴기니에서 각각 리히터 규모 6.7, 6.2의 지진이 일어났다.

족자카르타=최형규 특파원

◆ 불의 고리=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남미 칠레에서 알래스카.일본.동남아시아 등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한 환태평양 지진대를 말한다. 지질학의 '판 구조론'에 따르면 이 지진대는 지각을 구성하는 여러 판 가운데 가장 큰 태평양판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 신생대 제4기 화산대로 분류되며, 전 세계 화산 폭발의 70~80%가 여기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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