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09조 증발 한국 증시 … “무역전쟁·성장률 하락 겹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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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의 시계가 1년9개월 전으로 되돌아갔다. 올 초 기록한 코스피 장중 2600선 돌파도, 코스닥 900대 진입도 다 의미 없는 수치가 됐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2063.3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월 10일(2045.12) 이후 최저치다. 이날 장중 2033.81까지 밀리며 한때 204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하루 전보다 12.46포인트(1.78%) 하락하면서 686.84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아래로 뚫은 700선에서 조금 더 멀어졌다.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 역시 전일 대비 5.7원 내린 1138.0원을 기록하며 1140선에 다가섰다.

코스피 9개월 만에 2600 → 2000 왜 #미 기업, 관세 뛴 만큼 제품값 올려 #물가·금리 연쇄 상승 우려 더 커져 #뉴욕증시 버팀목 기술주도 흔들 #“구글·애플 실적 발표 후 안정될 듯”

원인은 역시 미국에 있었다. 미국 증시발(發) ‘검은 수요일’의 저주가 2주 만에 한국 증시를 다시 덮쳤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산업지수(-2.41%)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3.09%)가 동반 하락했다. 정보기술(IT)주 중심으로 구성된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날 하루 사이 4.43%나 내렸다. 2011년 8월 18일 이후 7년여 만의 최대 하락률이다.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때만큼의 충격이 뉴욕 증시에 번졌다. 특히 그동안 미국 주가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기술주가 무너지면서 파장을 키웠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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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가 베이지북에서 ‘미국 대부분 지역의 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상승) 수준을 보이고 있고, 관세 탓에 공장들이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는데 이 발표 이후 시장이 더 큰 낙폭을 보였다”고 전했다. 베이지북은 경기 동향 보고서를 말하는데 표지 색이 베이지색이라 이런 별칭이 붙었다.

결국 ‘관세 인상→공장 가격 인상→물가 상승→금리 인상’ 순으로 이어지는 변화가 결국 증시 위축을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내년 10% 중산층 감세안’도 같은 이유로 뉴욕 증시를 얼어붙게 했다. 여기에 미국 9월 신규 주택 판매지표가 전월 대비 5.5% 감소하면서 부동산 경기 부진 조짐이 나타났다는 점과 주요 IT 기업의 부진한 실적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조정 폭을 키웠다.

충격은 고스란히 한국 증시에도 전해졌다. 이날 한국은행이 0.6%의 부진한 3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 경기와 국내 기업 실적 불안도 더해졌다. 개인투자자가 등을 돌린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이날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814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외국인(-3615억원)의 투매에 가담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던진 물량을 받아내며 증시를 간신히 떠받쳐 왔던 게 개인이라 충격은 배가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그동안 쌓아 온 상승 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409조원에 이른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지난 1월 기록한 고점 대비 20.59%와 25.91% 감소했다. 약세장 진입 판단 기준이 되는 고점 대비 20% 하락 범위에 들었다.

류용석 KB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요인들을 완벽하게 갖춘 하루였다. 2~3개월에 걸쳐 나타나야 할 악재가 한꺼번에 다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고비는 주요 IT 기업의 실적 발표와 미국 중간선거, 미·중 정상회담이 몰려 있는 11월이다. 반등의 실마리는 역시 미국이 쥐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구글·애플 등 주요 IT 기업의 실적 발표를 전후해 조금씩 안정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미국에서 해결의 기미가 보여야 국내 증시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이후연·정용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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