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략 앞둔 반정부군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의 철수가 가속화되면서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세력들이 사분오열, 극심한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카불의 현「나지불라」정권은 소련군철수 후 무너질 것이 거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회교반군이나 서방측은 물론 소련의 견해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 카불정권의 주도권은 현재까지 9년간 반소항쟁을 벌여온 회교게릴라지도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서방측은 전망하고 있다.
반소회교게릴라는 3백만명의 난민이 몰려있는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 페샤와르와 이란에 나뉘어져 있으며 이들 파키스탄·이란난민 및 게릴라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아프가니스탄 국내 게릴라단체들로 흩어져있다.

<7개파 동상이몽>
현재까지는 페샤와르 거점의 7개 반군단체가 미국 등의 식량·무기지원으로 가장 강하고 세력도 커 대표적인 반군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페샤와르 반군단체는 수많은 크고 작은 단체가 있으나 크게 7개 단체로 나뉘어 공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이란 내 아프가니스탄 시아파회교게릴라 8개 단체는 이란지도자 「호메이니」옹의 지원을 받으며 반소투쟁을 계속해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국내에는 살랑통로 등 판지시르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마수드」등 지역별로 활동중인 4개 게릴라단체가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해오고 있다.
페샤와르 반군단체는 대체로 강경·중도·정통주의파로 대별된다.
페샤와르 반군 30만명 가운데 가장 큰 세력을 가진 「헤크마티아르」의 히즈비 이슬라미 등 3개 단체는 강경파로 분류되고있다.

<강경파독주비난>
최근 대소직접협상에서 두각을 나타낸 「라바니」의 자미아티 이슬라미는 정통주의파로. 「가이라니」의 쇼라예 밀리 인키라비 이슬라미 등 2개 단체는 중도파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반군단체들의 각기 다른 성격은 소련군의 철군완료가 임박해도 서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의견대립 양상을 보이는 원인이 되고있다.
반군단체는 카불탈환시 4백명의 평의회를 구성, 입법기구를 대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를 구성한다는데 동의했으나 각 파벌의 대립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군단체 분열은 주로 「헤크마티아프」의 강경·독주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아」파키스탄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을 배경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친파키스탄정부 수립의 적임자로 가장 세력이 큰 「헤크마디아르」를 내세웠다. 「지아」는「헤크마티아르」 및 군정하의 파키스탄군부와 다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아」대통령의 사망과 반군부 「베나지르·부토」수상정권의 등장은 「헤크마티아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헤크마티아르」는 또 같은 반군세력들 내에서도 대립되는 상대 반군단체지도자들에 대한 암살의혹까지 받고있어 다른 중도파로부터 커다란 견제를 받고있다.

<국내파 입장유리>
카불탈환이 눈앞에 다가오면서도 페샤와르 반군단체들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헤크마티아르」를 대신할 강력한 지도자도 등장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국내의 반군지도자들은 최근 세력과 국민지지를 크게 확보하고 있다.
이른바 메샤와르 및 이란의 국외파와 달리 국내파들은 대소전쟁에서 최전방전투를 벌이며 착실하게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내파는 카불탈환시 사실상 첨병이자 가장 먼저 입성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기도 하다.
반군단체가 분열할 경우 카불의 현 공산주의정권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소련 지원 계속>
소련도 소련군 철수 후 카불정권의 존속을 위해 지원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현 「나지불라」대통령 외에 강경파인 현 수상 「샤르크」가 차기 공산정권의 대통령직을 노리고 있고 또 할키와 파르차미 2개 파로 나뉘어진 공산당 내의 할키파벌지도자 「굴랍조이」가 모스크바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카불 현정권도사실상 분열상태에 있다.
반군단체가 끝까지 단합하지 못하고 소련이 계속 뒷받침할 현 카불정권도 사분오열될 경우 조만간 소련군철수완료 후 새 시대를 맞는 아프가니스탄은 정부·반군 관계없이 서로 물고 뜯는 세력다툼으로 내란상태의 혈전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진창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