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에이전트"라고 했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에이전트는 부드러운 표현이다. 외신에선 월급 받는 Top spokesman(수석대변인)이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에이전트 논란의 2라운드다.
김 위원장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블룸버그통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Top spokesman, 그러니까 당이나 자리에 아예 취직해서 월급 받는 수석대변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 남북관계 행보를 두고 북한 중개인, 에이전트라고 표현한 건 훨씬 부드럽고 주체성 인정하는 표현"이라며 "밖에서는 아예 월급 받고 일하는 수석대변인이라고 하는 걸 제가 오히려 더 낫게 말했는데 왜 언짢아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대북 제재 완화를 각국 정상에게 요청했던 것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은)북한의 에이전트가 돼서 북한 입장을 계속 두둔하고, 우리 국방력에선 굉장히 위태위태한 길을 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러자 여권은 강하게 반박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막말과 독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분도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 곁에서 국정을 경험했던 김 위원장이 이처럼 냉전의 전사로 돌변한 데 대해 분노를 넘어 애잔함과 안타까움마저 든다"며 "많은 국민이 김 위원장의 모습에 오히려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 때 김병준 위원장의 발언과 지금의 발언이 너무 깜짝 놀랄 정도로 변화했다"며 "어떤 경우라도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심한 말로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 대통령과 북한의 대화는 늘 원칙적,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역사에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지금 대통령은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한 생각이 무너진 것 같다. 큰 틀에서 원칙적으로 다시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