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또 '페북 정치'…민정수석이 욕 먹으면서도 튀는 행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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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뉴스1]

조국. [뉴스1]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SNS 글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사법 농단’ 사건에 대한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다. 지난 23일 오후 10시쯤엔 “제도가 저절로 굴러가겠지 하는 것은 정치적 게으름일 뿐이다”고 적었다. 아일랜드 극작가·비평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맥락상 정치권과 검찰이 수사와 처벌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저절로 잘되겠지 하는 건 게으름” #‘사법 농단’ 검찰 수사 간접 압박 #야당 “수사 관여 직권남용” 비판

이 글을 올리기 전부터 조 수석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엘리트 판사인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인터넷상에서 설전을 이어 왔다. 둘의 공방은 지난 16일 강 부장판사가 검찰의 피의자에 대한 밤샘수사 관행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심야 조사를 지적하는 취지였다.

조 수석은 이 논란을 담은 기사를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하면서 게시글에 ‘삼성 장충기(전 사장)에게 아부 문자 보냈던 판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강 부장판사는 다시 23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더 이상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치사한 방법으로 법관을 겁박하지 말기 바란다”고 정면 대응했다. 그러자 또 조 수석이 버나드 쇼의 글로 반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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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수석은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민주당의 사법 농단 특별재판부와 판사 탄핵 추진 등에 대한 기사와 사설도 공유해 사법 농단 수사를 지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 수석의 적극적인 태도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안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역학관계와 사법농단 의혹의 루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조 수석이 거의 유일하다. 그래서 본인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지난 19일 민정수석의 개입을 지적하는 보도에 대해 “법관·재판의 독립을 중대하게 훼손한 사법농단 사태의 주요 측면에 대해 민정수석이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직권남용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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