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한탕주의" 중국서도 큰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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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78년 이후 과도한· 경제개혁 및 대외개방정책을 추구해 온 중국은 10년이 지난 지금 이로부터 파생된 각종 부정부패와 범죄의 만연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개혁을 주도해 온 중국지도층과 언론들도 모두중국공산당의 앞날이 이러한 후유증 치료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민일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과거 세계최고의 준법국가로 자처해온 중국에 지난해 82만7천건의 범죄가 발생했으며 강도·살인 등 강력 범죄도 23만건으로 87년보다 65·7%가 늘어났다.
상해시에서는 하룻밤사이 약1천6백여명의 범법자들이 체포되고 있으며 개방화의 선두지역인 광동성에서는 1월 들어서만 1백여명의 강도·살인범들이 사형을 당한 것으로 보도됐다.
중국당국이 범죄보다 더 골머리를 앓는 것은 정부관리 및 요원들의 조직적이고 공공연한 부정부패다.
최근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도시주민 83·7%가 공무원들의 부정· 독직· 수뢰 등 부패행위를 가장 혐오하는 것으로 손꼽았다.
중국정부는 87년3월 이들의 부패행위를 막기 위해 2천여개의 부패척결센터를 전국에 설치했는데 지난해 이곳에 신고된 4만7천건의 사례 중 약2만여건이 정부관리와 당원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었다.
중국당국은 지난해 1월 반 부패운동의 일환으로 고위 공무원 등과 관련된 수백개의 무역회사들에 영업정지처분을 내려야 했다.
특히 중국 군이 세탁기·화장품 등 각종 소비재 생산의 돈벌이에 뛰어들면서 갖가지 비리를 저질러 중국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밖에 중국에는 자본주의 병폐로 지적되는 밀수와 매점 매석·도박·매음·사기행각이 판을 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부작용은 우선 과도한 경제운영이 가져온 사상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실업이 국민들의 무력감과 실망감을 야기시켰기 때문이며 해안경제특구들의 활성화가 거대한 떠돌이 조직을 배출해낸 탓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사기업의 등장으로 인해 떼돈을 번 약2천2백만명의 신홍 부유층이 양산돼 부의 편재가 곧 계층간의 불균형과 한탕주의 심리를 초래한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중앙계획경제에 시장경제체제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체제의 허점을 악용하려는 무리들과 부분적으로 허용된 자치권을 남용, 사욕을 채우려는 정부관리 및 당원들이 야합함으로써 대규모의 부정부패행위가 속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수립된 지난 49년 이후 사상최악인 40%의 인플레(공식집계는 20%)로 고전하고 있는 중국당국은 인플레를 타개하고 과열경제를 식히기 위해 88년도 17·7%의 산업성장률을 89년에는 8%로 끌어내리는 2년간의 긴축정책을 지난해 말부터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11월말 89억 달러 상당의 1만여 건축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연기시킴으로써 실업자가 무더기로 양견되고 있다.
이러한 후퇴정책과 함께 약4백20만명의 도시공장근로자와 6백만명의 건축노동자가 이미 해고되었거나 해고의기에 처해있어 각종 사회불안을 더욱 야기시킬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개방과 개혁의 물결을 따라 대도시와 해안의 경제특구지역으로 무작정 몰려든 지방농민 및 노동자 등 약5천만명의 떠돌이 계층이 일정한 직업 없이 흘러 다녀 범죄를 부채질하고 있는 상태.
일부 서방외교전문가들은 『개혁은 아직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중국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 또 다른 정치적 소요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는 우려도 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경제개혁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면서 그동안 고속성장의 와중에서 혜택을 누린 지방정부 및 당원들의 고삐를 바로 잡아 협조를 유도하면서 긴축정책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부담속에 신음하고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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