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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개그맨’ 이원승… “저를 이젠 ‘몽키호테’라 불러주십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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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영의 책과 사람 (23) 《피자 한판, 인생 두판》 이원승 작가

이원승.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어렴풋이나마 기억나는 이름이다. 김정렬 개그맨과 함께 짝을 이룬 코너에서 도사가 제자에게 ‘원승아 원승아’ 부르는 장면이 생각난다. 1992년 초 TV에서 사라졌다.

직업이 여러 개다. 코미디언으로 알려졌지만, 기획자, ‘디마떼오’라는 나폴리 피자집 주인, 연극 운동가, 작가, 강연자이기도 하다.

이원승 작가 [사진 김환영]

이원승 작가 [사진 김환영]

피자 한판, 인생 두판

피자 한판, 인생 두판

《피자 한판, 인생 두판》 이원승 지음, 이유출판

우리를 깔깔 웃게 하던 ‘원숭이’였던 그가 《피자 한판, 인생 두판》이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스스로 붙인 별명은 ‘몽키호테’다. 몽키(monkey) + 돈키호테(Don Quixote) = 몽키호테(MonQuixote).  우리가 그를 못본 사이에 그는 '몽키호테'로 '진화'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긍정·낙관·도전의 정신이 아닐까. 이 시대를 대표하는 긍정의 아이콘으로 부상할지도 모르는 이원승 작가를 인터뷰했다.

-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
“’원숭이도 저 정도 하니까… 나도 할 수 있다’이다. 저는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셰익스피어의 관점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무대나, TV나, 카메라 앞에서나 삶은 제게 무대다. 제 인생의 관객들은 모두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다. 몽키호테인 저를 보고 연극의 속성인 모방을 하시지 않을까.”

- 집을 가평으로 옮긴 이유는?  
“귀농·귀촌해 아이들도 키워보고 … 보여주고 싶었다. 또 연극이라는 도구로 가평에서 문화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 ‘몽키호테 정신’을 표방하고 있다.  
“돈키호테는 일반적인 틀에서 살지 않았다. 기사로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았다. 돈키호테가 제게 유발한 질문은 ‘나는 뭐지?’였다. 개그맨으로 10년 살았다. 개그계에서 조퇴했다. 남은 10년, 또 10년은 어떤 ‘연극’을 하고 살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돈키호테처럼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일부러 해보는 게 어떨까’하고 결심했다.”

이원승 작가 [사진 김환영]

이원승 작가 [사진 김환영]

- 책에 보니 ‘몽키호테’에 더해 ‘터미네이터’를 표방한다. 무슨 뜻인가.  

“2050년 2월 5일. 죽음 직전의 저를 상상해봤다. 죽음 바로 직전에 저의 삶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터미네이터가 과거 속으로 들어가듯이 말이다. ‘아 그때 2018년 10월의 어느 날로 간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왜 그때 그렇게 했지? 또 왜 그렇게 안 했지?’ 그것을 지금 해보고 또 안 해보는 것이다. Now에서 o를 e로 바꾸면 New다. 새로워질 수 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은 터미네이터 입장에서 보면 과거다. 누구나 다 죽는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다.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이라는 과거를, 오늘이라는 미래의 시작에서 한번 살아보는 것이다. ‘아! 이때 이렇게 해야지’ ‘이때 더 사랑해야지’ ‘성내지 말아야지’ ‘악한 생각하지 말아야지’ ‘조금 더 견뎌야지’ ‘참아야지’ ‘시기하지 말아야지’ ‘이때 불의에 기뻐하지 말고, 이럴 때 정의와 함께 기뻐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 이 책은 어떻게 썼나.  
“초고는 최종본의 두 배 분량이었다. 출판사에서 ‘이러면 읽기 어렵습니다’라고 해서 수정 작업을 한 2년 정도 했다. 제가 기억력이 매우 좋지 않아 항상 메모한다. 메모에서 이 책이 나왔다. 제 인생의 대본이 필요해서 써본 것이다.”

- 책 내용을 보면, 순발력·설득력·직관력이 좋은 듯.  

“직관이 그렇게 좋았으면, 제가 39살에 자살하려고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직관은 아닌 것 같다. 제게 만약 순발력이 있다면 아마도 몽키호테 정신에서 나온다. 일단 정해지면 그곳을 향해 가는 것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 안 하고 말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서, 해냄으로써 또 안 되더라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를 위해서다.”

이원승 작가 [사진 김환영]

이원승 작가 [사진 김환영]

- 사기꾼, 거짓말하는 사람도 만났는데, 의연하게 그런 분들을 대한 듯.  
“연극의 힘인 것 같다. 연극의 핵심은 현장성이다. 무대 위 실수는 돌이킬 수 없다. 인생도 라이브 공연이다. 후회할 필요 없다. 반성하면 된다. 무대 위에서 실수를 계속 생각하면, 다음 대사도 꼬인 경우가 많았다. 잘못을 되새김질하지 말고 툭 털어버리는 것이다. 새로운 것, 해야 할 일이 참 많지 않은가.”

- 마지막 강조하고픈 메시지는?  
“제가 추구하는 것은 ‘그의 나라’다. ‘나의 나라’에서 ‘그의 나라’로 제 국적이 바뀌었다. 저는 앞으로도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삶, 제 유익보다는 정말 많은 사람의 이익을 구하는 삶을 살 것이다. 돈키호테에겐 기사 작위가 있고 제게는 ‘그의 나라’ 시민증이 있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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