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정규직 0 맞추려 비정규직 55명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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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정규직이 되지 못한 연구원 5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고용 안정을 위해 시행된 정규직 전환 정책이 오히려 실업자를 낳는 역설을 불러온 것이다. 정규직 연구원 선발 과정에서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정규직으로 선발된 한 연구원은 면접 과정에 친분이 있는 대학 교수가 외부 면접관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원한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산하 기관의 비정규직이 100%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비정규직 ‘0’이란 수치를 맞추기 위해 정규직이 안 된 이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 정규직 전환의 역설 #비정규직 104명 중 49명만 전환 #탈락 연구원들 올해 안에 짐싸야 #심사 때 인맥 개입 부정 논란도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산하 기관의 무기계약직 2442명은 물론이고, 기간제·계약직 근로자 1087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시의 이런 정책에 따라 정규직 전환 대상인 서울연구원의 연구원(기간제 연구원, 수탁 연구원)은 104명이었다. 지난 7월 이들 중 49명(47.1%)만 정규직이 됐다. 정규직이 되지 못한 연구원 55명은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올해 안에 연구원을 나가야 한다. 기간제 연구원은 1년 단위로 계약하지만 근무기간이 2년 이상 되면 그동안은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었다. 수탁 연구원은 서울시·정부기관 등에서 연구 의뢰가 있을 때마다 몇 개월 또는 1년 단위로 고용돼 왔다. 그런데 서울연구원은 이번 정규직 전환 정책 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그만두게 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정규직 전환이 안 된 연구원들 중에는 ‘한국에선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해외로 유학을 가거나 일자리를 찾아 떠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선발 과정에서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정규직 선발은 근무평가(30점)·내부평가(30점)·면접(40점) 과정을 거쳤다. 면접에는 연구원의 박사 등 내부 면접관 2명과 외부 면접관 3명이 들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한 연구원의 경우 그를 면접한 외부 면접관이 그가 잘 알고 지내던 모교 교수였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면접관이 또 다른 면접관에게 특정 연구원을 잘 봐달라고 부탁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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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평점 부여에 불공정 문제도 제기됐다. 근무평점이 없는 근무기간 1년 미만의 연구원에게 일괄적으로 소속 부서별 ‘평균점수’를 부여했다. 이로 인해 1년 미만의 근무자가 1년 이상의 근무자보다 더 높은 평점을 받고 정규직이 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연구원 측은 중앙일보가 전화와 e메일을 통해 정규직 전환 인원수 등을 여러 차례 확인 요청했으나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정규직 전환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공정하게 진행했고, 심사 과정도 우수한 직원을 전환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을 파악해 문제가 드러나면 시정하고 구제하겠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서울연구원은 이 기사에 대해 학술용역 과제는 과제 단위로 비정규직 연구원을 고용해야 하므로 비정규직을 ‘0’에 맞추겠다는 목표는 있을 수 없고, 비정규직을 ‘0’에 맞추기 위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연구원 55명을 퇴출시킨 사실도 없으며, 정규직 전환 대상자 138명 중 75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63명은 계약기간 만료 후 이전과 동일한 공모절차를 거쳐 상당수가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근무기간이 3개월 미만인 연구원에 대해서는 근무평점 15점을 제외하고 85점을 100점으로 환산해 평가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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