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위기의 자동차 산업, ‘고임금-저생산성’ 낙인 지워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GM 노동조합이 모레 파업을 한다. 대의원 등 노조 간부 240여 명이 하루 월차를 내고 하는 파업이다. 이유는 한국GM의 연구개발 법인 분리 결정에 반대해서다. “법인 분리는 결국 한국 사업을 접으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내세웠다. 애초 총파업을 하려 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법인 분리는 경영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파업에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하자 ‘월차 파업’을 하게 됐다.

파업의 빌미는 1, 2대 주주인 한국GM과 산업은행이 내줬다. 한국GM은 산은마저 외면하는 등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주주총회를 열어 법인 분리를 결정했고, 산은은 다섯 달 전에 법인 분리 추진을 알았음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GM 노조의 파업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 지금 한국 자동차 산업은 총체적 위기다. 2015년까지 세계 5위였던 자동차 생산량은 불과 3년 만에 8위로 떨어졌다.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에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판매할 일부 차종까지 외국에서 수입한다. 생산량이 줄어 올해 완성차·부품 업체에서는 1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날아갔다. 견디다 못한 중소 부품업체들은 정부와 3조원대 긴급 자금 지원 논의를 시작했다.

39만 명을 고용하는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고임금-저생산성’이라는 낙인을 지워야 한다. 하지만 한국GM이 택한 파업은 이런 인식을 더 굳힐 뿐이다. 연례행사인 파업을 통해 완성차 업계의 고임금-저생산성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려 노사가 협력하는 모습이다. 같은 돈 들여 더 많은 차를 만들어 낸다면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을 놔두고 딴 곳으로 갈 리 없다. 그런데도 노조가 생산성 향상을 외면하고 파업이라는 힘겨루기에만 골몰하는 한 한국GM의 비극적 사태는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