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플레이 한 방, 더 다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국내 마지막 평가전을 끝내고 최종 전지훈련지인 스코틀랜드로 출발하는 대표팀에 대한 축구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세트 플레이의 중요성은 현대 축구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원하는 방향과 목표대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기 강점 있는 선수를 원하는 위치에 배치할 수 있다. 공중볼에 강한 수비수를 전방에 투입해 헤딩슛을 노릴 수도 있고, 왼발 중거리슛이 좋은 선수는 페널티박스 왼쪽에 배치해 흘러나오는 공을 재차 슈팅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일본의 한 축구평론가는 "나카무라 슌스케의 프리킥 성공률이 33%가 되기 때문에 일본이 아크 근처에서 프리킥을 세 번만 얻으면 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확률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초기에 세트 플레이로 많은 득점을 했다. 지난해 11월 스웨덴전과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전에서는 수비수 김영철과 최진철이 프리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올 1월 유럽 전지훈련 중 벌어진 그리스와 핀란드전에서는 박주영이 헤딩과 직접 프리킥으로 한 골씩을 넣었다. 하지만 2월 1일 덴마크전(백지훈 코너킥-조재진 헤딩슛) 이후 26일 보스니아전까지 7경기에서 세트 플레이 득점이 하나도 없었다.

프리킥으로 직접 골을 노리는 경우는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페널티 아크 근처의 가까운 거리에서는 이천수나 박주영이 번갈아가며 예리하게 휘어지는 오른발 킥을 구사한다. 왼발 킥이 유리할 경우에는 이을용이 나선다. 성공 확률도 상당히 높다. 골대까지 거리가 30m가 넘는 경우에는 김진규가 '직선포'를 날린다. 김진규는 지난해 7월 동아시아대회 중국전에서 35m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 적이 있지만 너무 강하게 차려다 볼이 뜨는 경우가 많다. 보스니아전에서도 이천수.김진규가 날카로운 프리킥을 여러 차례 했지만 모두 골키퍼가 쳐내거나 골대를 빗나갔다.

측면 미드필드에서 얻은 프리킥의 경우 낮고 빠르게 문전으로 찔러줘 공격수가 잘라먹는 방법, 높이 띄워 헤딩으로 흘러나오는 볼을 슈팅으로 연결하는 방법 등 다양한 '수(手)'를 개발해야 한다. 코너킥은 우리 공격수의 키가 크지 않으므로 가까운 쪽 포스트를 향해 짧게 연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짧은 코너킥을 받으러 공격수가 사이드로 나오면 상대 수비가 따라나오기 때문에 중앙에 공간이 생기게 된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프랑스나 스위스는 수비가 강하기 때문에 경기진행 상황에서 골을 넣기가 쉽지 않다. 간결하면서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세트 플레이를 집중 연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