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 공·수에 탄력 불어 넣은 강철 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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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후반 5분 안정환(가운데)의 슛을 보스니아 골키퍼가 발로 막아내자 설기현(오른쪽)이 헤딩슛, 결승골을 뽑아내고 있다(사진위).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순간 서울 광장에서 거리응원에 참가한 한 여성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사진아래). 오종택·최승식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은 국내 마지막 평가전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 박지성과 이영표 등 사실상 베스트 11을 선발로 내세웠다. 특히 박지성을 꼭짓점으로 이을용과 김남일 카드를 내세운 중원 배치는 세네갈전 부진으로 마음이 상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박지성은 아직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보였지만 특유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한국팀의 엔진 역할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을용과 김남일은 거친 수비와 창의적인 패스로 윤활유를 쳤다. 이들은 상대의 반격을 1차 저지하면서 수비진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허리가 튼튼해지자 공격력도 배가됐다. 비록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전반 초 이천수의 두 차례 슛은 한국이 주도권을 쥐는 데 기여했다. 오른쪽 윙포워드인 이천수는 활발하게 상대 오른쪽을 유린했다. 미드필드와 우측 전선의 우세를 발판으로 한국은 전반 9분 박지성이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는 등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화력의 열세를 절감하고 성문을 잠갔다. 한국은 전반 14분 문전 혼전 중 이천수의 위력적인 왼발 터닝슛과 박지성의 2대 2 돌파를 포함, 수차례 상대 문전을 두드렸지만 전원 수비를 하는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상대가 반격을 시작한 후반에 첫 골이 나왔다. 후반 5분 이천수의 크로스를 받은 안정환이 골키퍼와 1대 1로 맞섰으나 슛이 빗맞았다. 그러나 골키퍼의 다리를 맞고 튀어오른 공을 따라들어오던 설기현이 헤딩슛으로 네트를 갈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중반 이후 이천수 대신 박주영을, 안정환 대신 조재진을, 설기현 대신 김두현을 기용했다. 조커로 기용된 선수들 역시 선발 출전한 선수들 못지않게 강한 공격력을 보였고 후반 47분 박주영과 조재진이 두 번째 골을 합작했다.

박주영의 어시스트는 의미가 있다. 박주영은 골에어리어 내에서 공을 받아 뒤따라 들어오던 조재진에게 완벽하게 어시스트했다. 세네갈전에서 김두현에게 준 어시스트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박주영이 골 사냥꾼으로서만이 아니라 득점 조연자로서도 훌륭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헤딩으로 많은 득점을 했던 조재진이 발로 득점한 것도 한국으로선 좋은 일이다.

한국은 코너킥에서 10-1로 앞섰고, 슈팅에서도 16-5로 일방적인 경기를 했다.

왼쪽부터 이영표-김진규-김영철-조원희로 나선 포백(four back) 수비라인도 비교적 안정되게 경기했다. 세네갈전에 나오지 않았으나 이날 왼쪽 윙백으로 출전한 이영표는 수비진을 이끌면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 한국 승리의 또 다른 축이 됐다. 박지성은 경기 MVP로 선정됐다.

성호준.강인식 기자<karis@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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