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의 민주화 우리 손으로-농·수·축협조합장 직선바람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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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자제를 앞두고 오는 2월말부터 실시되는 전국 농·수·축협조합장의 선거열기가 뜨겁다. 농협법개정에 따라 23년만에 조합원들이 직접 뽑는 이번 선거는 「조합의 새시대」를 내걸고 지자제의 전초전으로 세찬 선거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보수 80여만원·판공비·승용차 제공에 정년65세의 명실공히 농어민대표자리. 그래서 4∼5대1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전국의 표정을 살펴본다.

<선거준비>조합원들이 직접 뽑는 농·수·축협조합장선거는 오는 2월20일 임기가 끝나는 전남영광군 흥농단협을 시작으로 내년3월까지 모두 직선으로 새 조합장을 선출한다.
경북도는 도내 2백49개 농협단위조합장 중 오는 3월 안에 22개 조합장을 뽑고 나머지 2백27개 조합장은 임기가 끝나는 내년3월 안에 직선.
농협 경기도지회는 1백64개 조합중 화성군의 태안·송산 등 13개 조합장을 3월에 뽑고 24개조합장은 4월에 선출.
축협경기도지회도 도내 21개 조합장 가운데 파주 등 4개 조합장은 3월 안에, 3개 조합장은 4월 이후 선출해 올해 안으로 7개 조합장을 직선하고 나머지 14개 조합장은 내년3월에 선출할 예정이다.
농협강원도지회는 도내96개 단협 중 3월 안에 춘성·정선 등 9개 조합장, 이후 올해 안에 모두 19개 조합장을 직선하고 나머지 77개 단협은 내년3월까지 뽑을 계획.
축협도지회 산하 17개 조합장도 3월 안에 3개 조합, 14개 조합은 내년3월까지 조합장을 뽑고 수협도지회도 도내 6개 조합장 중 양양이 7월, 삼척12월 등 모두 연내에 조합장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농협전남도지회 관내 2백36개 조합은 올해 26개, 나머지 1백83개 조합은 내년3월에 뽑으며 농협경남도지회는 산하 2백33개 단협 중 올해 33개 조합장을 선출하며 축협도지회는 23개중 7개조합장을 3월 안에 선출.
전북도는 1백62개 도내농협조합장 중 올해 19개 조합장을 뽑고 제주도 산하 20개 단의 농협 중 19개 조합장을 오는 4월1일부터 내년3월까지 직선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충남-북·인천·부산·대구·광주 등에서도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에 23년만에 처음으로 조합원이 새 시대 새사람을 외치며 직선에 술렁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경북·전남·전북·경기·충남·경남 등 농·수·축협지회는 조합장 선거에 대비, 지난17∼20일 사이 선거사무국을 설치하고 시·군 지부는 선거관리반을 구성, 선거준비에 한창이다.

<경쟁양상>대의원들의 간선제나 시장·군수의 추천임명식에서 조합원들의 직접선거로 바뀐 이번 선거는 지자제를 앞두고 지방단체장의 직선이란 점에서 혼전이 예상.
「조합의 새시대」「조합원을 위한 조합장」이란 구호를 내걸고 현조합장과 전직공무원·정당원·평통위원 등이 경합, 열기를 뿜고 있다.
3월 안에 9개 조합장을 뽑을 농협강원도지회의 경우 조합마다 3∼5명이 경합, 난립이 예상되며 경기·전북·전남·경남 등의 농·수·축협 조합장 후보 경쟁률도 4대1정도.
2월말 선거를 앞둔 강원도 화천군 사내단협의 경우 현조합간부인 신모씨(48)가 조합장출마를 위해 지난16일 사표를 내 선거전에 돌입.
여기에다 전조합장 L씨(50)와 현조합 이사P씨(62)가 경합, 사조직을 점검중이며 전 면장H씨(61)도 출마 채비중.
또 K시의 O조합도 3월초 예정인 선거에 대비, 현조합장 C씨(54)등 후보자4명이 조합원길흉사에 얼굴을 내밀며 은연중 표밭을 넓히고 C군 S조합은 현조합장 P씨(51)와 3명의 후보들이 경합.
전북 완주군 봉동단협은 현조합장 L씨의 출마가 확실한 가운데 평민당의 P씨·L씨 등 4∼5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특히 전남 영광에서는 자천·타천 후보자가 12명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져 불꽃이 튈 듯.

<선거운동>『대학 나와 취직자리 하나구하는 데도 기백만원이 드는데 조합장직선에 1천만∼2천만원만 들여 당선된다면야 누가 출마하지 않겠읍니까.』
선거열기가 달아오르는 충남의 한 후보는 『2월 중순에 들어서면 국회의 원선거 못지 않은 물량공세가 불을 보듯 하다』고 전망.
이에 후보들은 벌써부터 혈연·지연·동창회 등을 동원, 「선심모임」으로 표밭갈이에 나서 「선거돌풍」에 만전태세.
전남 강진 오천조합은 사업가 P씨·현이사 K씨 등 4명이 이미 득표전에 뛰어들어 막걸리 파티를 열기도.
이런 가운데 각 후보자들은 신년연하장 돌리기, 경조사에 얼굴 내밀기와 친목회형식의 술·식사대접 등이 갈수록 눈에 띄어 선거바람이 불고 있음을 입증.

<문제·전망>농어촌지역의 경우 지자제실시를 앞두고 실질적인 농어민대표를 뽑는다는 점에서 선거과열현상이 드러날 듯.
종전 통대의원들에 의한 간접선거에서 농어민이 직접 참여, 투표로 뽑는 만큼 자칫 지역별·계층별분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지자제의 전초전이란 점에서 각정당이 지나치게 정치색을 강조, 지원할 경우 선거가 과열될 수밖에 없는 실정.
이에 농협 강원도지회의 한 관계자는 『조합장선거후 조합운영마저 순탄하지 못할 문제까지 안게될 뿐아니라 조합장이 소신 있게 일을 할 수 없는 역기능이 나타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취재반>
▲경기=김영석기자 ▲인천=김정배기자 ▲강원=이찬호기자 ▲제주=김형환기자 ▲전남=위성운기자 ▲전북=모보일기자 ▲경북=김영수기자 ▲경남=허상천기자 ▲충북=김현수기자 ▲충남=김현태기자 ▲금산=강진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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