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담한' 5% 성장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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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적자의 주된 원인은 유가 급등과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상품 수출과 수입의 차이인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고 있는데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주식배당금이 늘어나 소득수지 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출을 위축시키는 유가와 환율 여건이 당분간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유가와 환율의 파급효과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 상태가 계속되진 않겠지만 흑자 폭이 크게 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이렇게 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내수 경기도 다시 냉각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 경제연구기관들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상반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본다.

?경상수지 석 달째 적자 행진=한국은행은 4월 경상수지 적자가 97년 4월의 16억2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크다고 밝혔다. 1월부터 4월까지 경상수지도 26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4월의 경상수지는 48억8000만 달러 흑자였다.

사실 지난달 경상수지 적자가 커진 데는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다. 지난달 관세청을 통과해 통관 기준으로는 수출로 잡혔던 4억5000만 달러의 선박 수출이 소유권이 넘어가는 시점을 따지는 국제수지 기준 수출에서는 빠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난달 상품수지가 줄어들었다. 이 부분은 5월 또는 6월 국제수지 기준 수출에 포함돼 상품수지 흑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지난달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전달보다 9억5000만 달러나 감소한 것은 유가와 환율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원유 수입액은 42억3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37.5% 급증했다.

◆ 경제 펀더멘털 흔들리나=올 들어서도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사람이 많지만 정부는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튼튼하다고 강조해 왔다. 소비가 부진해 체감경기는 좋지 않지만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2년째 계속되는 고유가와 원화 강세의 이중고 때문에 기업들의 채산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매출액 규모 25억원 이상 국내 제조업체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이 6.5%로 전년보다 1.3%포인트 떨어진 것은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또 환율 하락(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1분기에 국민이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의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가 지난해 4분기 1.1%포인트에서 올 1분기 마이너스 0.1%포인트로 밀린 것도 유가와 환율의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유시왕 고문은 "국제 유가와 환율 하락의 여파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며 "기업이익 감소는 일자리와 근로자 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내수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경제성장률 하반기엔 낮아진다=정부가 장담해오던 5% 경제성장도 불투명해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5%에서 4%로 하향 조정했다. 이 연구소 김경원 연구위원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간소비 성장률도 당초 예상치 4.9%에서 4.3%로 낮췄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특히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32억 달러에서 23억 달러로 더 낮췄다. 경상수지는 계절적 요인이 약해지는 5월부터 흑자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지만 여행 성수기인 8월 무렵부터 다시 적자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사라지면 정책선택의 폭이 줄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정교한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며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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