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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임하댐 놓고 물싸움 조짐-경북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대구시가 낙동강의 맑은 물을 상수도나 공업 용수로 끌어다 쓴 뒤 이물을 생활 하수와 산업 폐수로 썩여 금호강으로 되돌려 보내 금호강이 이미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는데 대구 시민들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이번에는 경북도민들의 생명수와 같은 임하댐 물마저 또다시 빼앗아가려 합니다. 대구시가 망쳐놓은 환경 개선을 위해 경북도가 언제까지 희생되어야 합니까?』
대구시와 경북도가 물싸움 일보 직전에 이르고 있다.
대구시가 하천 유지수 부족으로 수질 오염이 최악의 상태에 이른 금호강을 살리기 위해 오는 90년 말에 완공될 경북 안동군 임하댐의 물을 끌어 들이려하자 그동안 대구시의 용수공급으로 인해 피해를 보아온 경북도민들이 곳곳에서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
현재 대구시의 최대 용수원은 낙동강 물줄기. 이 낙동강에서 하루 40만t의 상수도 물과 6만t의 공업 용수를 끌어다 쓰고 있으나 경북 안동댐 (저수량 1억4천8백만t)의 방류량 (초당20t)이 없으면 갈 수기엔 물 기근을 빚기 일쑤다.
그러나 이는 대구시의 상수도 생산 능력 하루 1백22만t의 35·2%에 불과한 실정.
이 때문에 경북도내의 물을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된 대구시가 현재 건설중인 청도 운문댐 (저수량 1억3천5백만t)의 물을 오는 90년부터 상수도원으로 사용키 위해 하루 35만t의 생산시설인 금호강 계통 상수도 확장 사업을 추진중이다. 운문댐은 건설부가 대구시의 식수난 해결을 위해 85년12월 총 사업비 7백50억원을 들여 착공한 광역 상수도 사업의 하나.
오는 90년 완공과 함께 담수가 시작될 이 공사는 착공 당초부터 6백17가구 수몰 주민들의 보상 문제와 이주 대책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아 아직도 진통을 겪고 있는 상태다.
수몰 지역 주민들은 『당국이 제시한 보상액이 터무니없이 낮고 이주 대상 지역이 너무 협소해 영세농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크게 반발, 대물려받은 문전옥답과 정든 고향을 버리게 한 대구시를 두고두고 원망하고 있다.
현재 대구 시가지 주변 5개 공단과 3개 공업 지역에서 쏟아내는 산업 폐수만도 하루 14만t이나 되며 대구 시내 생활 하수 53만t을 포함, 하루 67만t에 이르는 각종 폐수가 고스란히 금호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나 하천 유지 수량은 59만8천t에 불과, 희석률이 0·89%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건설부가 80년 금호강 발원지인 영천군 자양면 성곡리에 저수용량 9천6백만t 규모의 영천댐을 건설한 뒤 포항 제철 공단에 하루 27만t씩 공급 용수를 공급하면서도 금강호엔 1만t 밖에 방류하지 않아 상류의 갈수 현상으로 하천 유지 용수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
전장 29·7㎞에 이르는 금호강은 이로 인해 평소비가 오지 않을 경우 현재의 방류수만으로는 괴어 있는 각종 폐수를 희석시킬 자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 저수로와 하상이 황폐화되는 등 하천 오염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특히 오염 피해가 극심한 금호강 하류의 달성군 다사면 일대는 썩은 강물을 양수, 모내기와 김매기를 하다 폐수에 중독된 주민 80여명이 손발이 가렵고 다리에 물집이 생기는 등 만성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 정재택씨 (54·매곡동)는 『우물물도 오염된데다 지하수까지 말라 식수난이 심각하다』며 『눈앞에 보이는 대구시의 상수도 물을 공급해 주지 않아 수도물을 구경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루 1만t씩 방류하는 영천댐의 물을 5만t으로 늘리는 한편 임하댐의 물을 15만t씩 끌어들여 하루 20만t의 하천 유지수를 확보, 이를 금호강 상류에서 하류로 방류해 자정 능력을 되살리면서 하천 오염을 막을 계획.
건설부는 이를 위해 총 사업비 7백억원을 들여 안동군 임하댐에서 영천댐까지 총 연장 50㎞의 협곡에 폭 2m, 높이 2·5m의 도수 터널을 뚫을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 도수 터널은 올 한해 동안 용역 조사를 마친 뒤 내년부터 오는 92년 완공 목표로 건설할 계획이나 전체 공정 노선 중 40㎞가 험준한 산악 지대여서 난공사가 예상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 도수 터널이 완공될 경우 금호강이 되살아나는 것은 물론 낙동강 하류의 수량도 크게 늘어 대구시 상수도원 보호와 함께 인근 달성·고령 등지의 농업 용수 공급에도 도움을 주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건설중인 임하댐은 총 저수량 5억9천5백만t 가운데 공업 용수와 농업 용수·생활 용수의 공급량만도 83·5%인 4억9천7백만t이나 차지해 나머지 9천8백만t으론 5만㎞시설의 발전 용량에도 부족하다』며 『대구시의 환경 개선을 위한 용수공급까지 떠맡은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임하댐 물을 놓고 대구시와 경북도 간에 앞으로 한바탕 물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구=이용우·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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