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린이집 교사도 폭로 "원장이 애들 밥값으로 술 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가운데 어린이집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로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아이들의 식자재 구매비로 원장 집 제사상에 올릴 문어를 사거나 술을 구매하기도 한다는 등 제보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정치하는 엄마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하는 엄마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 1·2지부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고발했다.

이들은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시설이 영세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로 비리 전모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물품을 산 것처럼 허위로 사진 찍어서 돈을 타내고는 아이들 장난감은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가져오는 등 사립유치원 못지않은 비리의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전날 288명의 보육 교사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식자재 관련 비리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정치하는 엄마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하는 엄마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식자재 구매 등 급식 비리에 관해서는 228명 중 164명(71.8%)이 정황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답했고 허위 인건비와 관련해서는 214명의 응답자 중 114명(53.3%)이 그런 사실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한 노조 관계자는 "어린이집에서는 교사도, 어린이도 항상 배고프다. 식자재를 풍부하게 사도 그게 원장 집으로 가기 때문"이라며 비리의 심각성에 대해 고발했다.

또, 어린이집 비리 수사 고발 움직임을 감지한 원장들이 교사에게 학대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유치원에 이어 어린이집도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원장들이 대응을 시작하고 있다더라.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며 급식을 조금 주는 교사를 확인해 아동학대로 몰아가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실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세간의 관심을 받으면서 어린이집도 전수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집 역시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며 올해 전국 4만개의 어린이집에 2조 586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비리 유치원 명단을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육청과 유치원의 유착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히면서 "어린이집 비리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