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주 52시간 근로제, 왜 정책 효과 대신 부작용만 나타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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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를 시행한 건 지나친 근로시간을 줄여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근로시간을 줄인 만큼 종업원을 더 뽑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현재 일부 산업 현장에서는 종업원의 일자리와 소득이 함께 감소하고 생산에 차질을 빚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구직·구인 사이트인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응답자(638명)의 21%는 근로시간 단축 이후 임금이 줄었다. 평균 액수는 36만9000원이었다. 고용 사정도 좋지 않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7월부터 9월까지 전년 동월보다 4만2000~13만3000명 줄었다(통계청).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의 대부분은 제조업체다.

직무별로 근로 형태는 다양한데 획일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게 부작용 발생의 주원인이다. 예컨대 여름이 성수기인 업체는 6~8월 3개월간 집중근무를 하고 이후 3개월을 적게 일하는 식의 6개월 단위 탄력근무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탄력근로시간 단위 기간은 3개월에 그친다. 이러니 생산량은 줄고, 굳이 종업원을 추가로 채용할 필요가 없다.

실정이 이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제도 개선을 고민하기는커녕 꼼수를 두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노동부는 국무총리의 현장 방문 대상으로 ‘종업원을 신규로 채용해 노동시간을 단축했으나 대기업으로의 이직 등 퇴사자가 많아지면서 총원이 줄어 청년 추가고용장려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을 정해 추진하다 조건에 맞는 기업을 찾지 못해 행사를 취소했다.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정부의 지원을 못 받는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

지금 필요한 건 보완책이다. 탄력근로시간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업무 특성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