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말인가. 지금까지 뮤지컬하면 의례 '20대 중.후반 서울에 사는 미혼 직장 여성'을 가장 전형적인 매니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통계는 우리의 상식과 때로 어긋나기도 한다. 물론 통계가 모든 진실을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 티켓 링크가 2003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분석한 '뮤지컬 소비 행태'를 보자. 이에 따르면 뮤지컬을 가장 많이 보는 연령층은 30대 후반이었다(그래픽 참조). 35~39세가 전체 뮤지컬 관객중 23%를 차지했고, 30대 초반이 22%에 이르렀다. 뮤지컬 관객 중 30대가 45%나 되는 것이다. 반면 20대는 19%에 불과해 40대(24%)보다도 뮤지컬을 적게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형 수입 뮤지컬의 티켓 값이 대부분 10만원을 넘는 고가인 탓으로 풀이된다. 20대보다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30대 이후가 뮤지컬을 더 많이 보는 까닭이다.
남성(36%)보다는 여성(64%)이 확실히 뮤지컬의 주 관객. 그러나 티켓 가격에 따라 조금 차이를 보였다. 5만원 이하의 중저가 뮤지컬의 경우 여성 68%, 남성 32%로 여성의 알뜰함이 돋보인다면, 10만원 이상 고가에선 남성이 44%로 약진했다. 이를 종합하면 5만원 이하 뮤지컬이라면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류를, 반면 10만원 넘는 대작의 경우엔 남성 팬을 끌어당길 수 있도록 웅장한 스케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하나 흥미로운 통계는 1년 중 언제 뮤지컬을 많이 보는가다. 연말 행사가 몰린 12월(14%) 못지 않게 겨울 방학 기간인 1월(14%)에도 관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바캉스철인 8월(13%)과 졸업 시즌과 맞물린 2월(13%)도 '흥행 달'이었다. 최악은 2%를 기록한 10월. 선선한 가을엔 뮤지컬보단 책을 많이 보기 때문일까?
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