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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배송 명가' 시어스, 아마존 배송 파워에 끝내 파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6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유통기업 시어스가 디지털 쇼핑 혁명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폐점 절차를 밟고있는 시어스의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점.[로이터=연합뉴스]

폐점 절차를 밟고있는 시어스의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점.[로이터=연합뉴스]

시어스 홀딩스는 15일(현지시간) 뉴욕 파산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어스홀딩스, 뉴욕법원에 파산보호신청 #총부채 13조원 규모, 142개 추가 폐점 #디지털 혁명 적응못하고 구시대 고집 결과

지난 8월 46개 매장 폐점을 발표한 시어스 홀딩스는 파산보호신청 절차의 하나로 미국내 142개 매장을 곧 폐쇄하기로 했다.

최대주주인 에디 램퍼트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바로 물러나기로 했다. 회장직은 유지할 전망이다.

헤지펀드 스타 매니저 출신의 램퍼트 회장은 2004년 K마트와 시어스를 차례로 인수하며 새로운 오너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주도한 디지털 쇼핑 혁명에 시장을 빼앗기면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마했다.

램퍼트 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휴가 시즌(핼러윈,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시어스와 K마트는 마지막으로 매장을 열어 우리 고객에게 봉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때 3500개에 달했던 매장 수는 현재 687개만 남았다. 10년 전 30만2000 명에 달했던 시어스 인력은 현재 6만8000명 수준으로 줄었다.총 부채는 113억 달러(약 12조8000억원)으로, 2011년부터 7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해왔다.

시어스는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6억 달러 신규 대출을 통해 시어스와 K마트 영업을 계속하면서 연말까지 140여 점포를 추가로 폐쇄하거나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시어스의 파산 소식을 듣고 아쉬워했다. 그는 “내가 어렷을 적 시어스는 엄청난 존재였다.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고처럼 시어스는 한때 미국의 최대 유통업체로 군림한 아이콘 기업이었다.

1973년 시카고에 세워진 시어스 타워가 당시의 사세를 말해준다. 108층에 442m 높이로,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다. 21세기 들어 심하게 내리막 길을 걸으면서 지금은 윌리스 타워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1973년 미국 시카고에 세워진 시어스 타워.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시어스의 사세를 말해준다. [AP=연합뉴스]

1973년 미국 시카고에 세워진 시어스 타워.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시어스의 사세를 말해준다. [AP=연합뉴스]

시어스는 ‘배송의 명가’로 불렸지만, 결국 아마존의 배송 서비스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시어스 홀딩스의 전신인 ‘시어스, 로벅 앤드 컴퍼니’는 1892년 우편으로 카탈로그를 통해 의류와 장난감은 물론, 자동차와 주택도 팔았다.

시카고의 300만 평방피트(27만8700㎡)의 창고에서 창고에서 우편서비스를 이용해 가장 외딴 지역에까지 상품을 배송했다.

미국 유통사에 큰 획을 그은 시어스의 카탈로그.[AP=연합뉴스]

미국 유통사에 큰 획을 그은 시어스의 카탈로그.[AP=연합뉴스]

본격적으로 백화점 사업에 발을 디딘 시어스는 1925년 시카고에 첫 점포를 연 이후 미국 곳곳에 백화점을 차리고 사세를 확장했다. 켄모어ㆍ다이하드ㆍ랜즈 엔드 등 자체 브랜드도 보유했다.

1990년 이후 월마트에 손님을 뺏기기 시작하더니 21세기 들어서는 아마존 디지털 파워에 급격히 밀렸다.

WSL전략소매의 웬디 리브만 최고경영자(CEO)는 “시어스는 여전히 오래된 세계에서 살고있었다”며 “대주주와 경영진, 이사들이 모두 부동산에 집중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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