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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년층 고용 참사와 귀족노조의 일자리 대물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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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 산하의 서울교통공사에서 ‘일자리 대물림’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채용 부조리가 버젓이 진행됐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고용절벽’과 ‘고용 참사’에 절망하는 청년들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층 갈등을 부를 이런 무임승차성 신분 세습이 박원순 시장이 청년수당 50만원을 지급하는 와중에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벌어졌다는 것도 놀랍다.

서울교통공사는 수년 전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직원 1285명을 지난 3월 초 무더기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 중 재직자의 자녀·배우자·형제·부모·며느리 등 가족과 친인척 숫자가 108명에 달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가 차다. 4급 직원의 자녀가 정규직 7급보로, 6급 직원의 모친이 7급으로 수직상승했다. 식당일을 하던 아주머니는 신입 공채 직원과 동일한 처우를 받게 됐다. 이런 일은 수혜자들에게는 ‘집안의 경사’일지 모르나 청년층에겐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취업 비리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하반기 공채에만 550여 명 모집에 3만여 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 직장이다.

이들의 ‘입사 시점’도 수상하다. 전환자 열에 예닐곱 명이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직후에 입사한 경력 3년 미만자다. 당시 ‘무기직이 곧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입수한 직원들이 가족 등을 대거 취업시켰고 올해 정규직이 된 것이라면 이처럼 쉬운 ‘패밀리 취업 비즈니스’가 또 있을까.

이런 결과는 전 직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자진 신고 조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조사 때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전 노조원에게 ‘가족 재직 현황 제출을 전면 거부하라’는 통신문까지 배포하며 반대했다니 숨어 있는 숫자가 더 많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서울시든, 정부든 전수조사를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