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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치원·어린이집 전수조사하고 비리명단 실명 공개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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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립유치원들의 기막힌 비리에 엄마들의 분노가 들끓자 교육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어제 “용납할 수 없는 비리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오늘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관 등을 불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유치원 비리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일이 터질 때만 호들갑 떠는 모양새다.

사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은 빙산의 일각이다. 전국 9000여 개 유치원의 70만 원생 중 76%(4220곳)는 사립에 다닌다. 박 의원은 그중 1878곳에서 269억원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전수조사한 게 아니라 각 교육청의 5년 치 찔끔 감사 자료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나랏돈을 명품백 구매나 외제차 운영비로 쓴 세금 도둑이 수두룩했다. 도덕적 해이를 넘은 악질 범죄다.

사립유치원뿐만이 아니다. 전국 4만여 어린이집에서도 툭하면 비리가 터진다. 물론 일부의 문제이고 대다수는 성실하게 운영하지만, 엄마들의 불신은 깊어만 간다. ‘유아 교육·보육 완전 국가책임제’를 내건 정부의 특단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전국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전수조사와 비리 실명공개 의무화가 절실하다. 그동안 정부와 교육청은 3~5세 무상보육 누리과정에 연간 4조원을 투입하고도 한 차례도 감사하지 않았다. 동네 ‘빅 마우스’로 불리는 원장들의 집단저항에 부딪혀 몸을 사린 것이다. 직무 유기한 교육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원금’인 누리과정 세목을 ‘보조금’으로 바꿔 이를 유용하면 횡령죄로 다스리고 환수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원금은 횡령죄 적용이 안 돼 원장 쌈짓돈으로 변질하는 게 아닌가. 국공립유치원과 동일한 회계 시스템 도입도 당연하다. 교육부가 이번 대책에 포함해야 할 최소 요건이다. 이참에 비위를 뿌리 뽑지 못하면 교육·보육 국가책임제는 헛구호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