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존폐 위기인데…승부조작 제안 뿌리친 아산 이한샘의 단칼 같은 한 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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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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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축구 선수 장학영(37)으로부터 승부조작 제안을 받고 경찰에 즉시 신고해 범죄를 막은 프로축구 현역선수 이한샘(29)은 "거절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한샘은 15일 소속팀인 프로축구 2부리그 아산 무궁화 구단을 통해 "행위에 대해서는 고민할 것 없이 구단에 알리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아산 이한샘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아산 이한샘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한샘은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1일 오후 부산에서 은퇴한 전 국가대표 장학영을 만나 부정행위를 제안받았다. 다음날 열리는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경기에서 전반전 20분 안에 퇴장을 당하면 5000만원을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이한샘은 제안을 거절한 뒤 구단과 경찰에 신고했다. 구단도 경찰과 프로축구연맹이 부정방지 목적으로 24시간 운영 중인 K리그 클린센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장학영이 묵고 있던 부산의 한 호텔을 덮쳐 그를 체포했다.

이한샘은 장학영이 승부조작을 제의하기 3일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주최로 부정방지교육을 받았다.

연맹과 아산 구단은 수사 비공개의 원칙에 따라 공범 검거 등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해 뒤늦게 이 사건을 알렸다. 승부조작을 제안한 장학영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한샘의 소속팀 아산 무궁화는 현재 프로축구2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이 올 시즌부터 군 복무 선수를 뽑지 않겠다고 통보해 구단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한샘은 유혹을 뿌리치고 바른 판단을 내려 좋은 선례를 남겼다.

아산 구단 측은 "경찰청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큰 시련을 겪고 있지만, 소속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고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배경은 이한샘의 소신 있는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이한샘의 신고로 바로 체포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은 선수가 정말 잘 판단한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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