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강정에 정국 "태풍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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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당 3김 총재가 3야 공조체제를 확인하면서 민정당 의원들을 포함한 이른바 5공 인사들의 사법처리 등에 합의하자 민정당은 즉각 공개질문서를 발표하는 등 강경하게 반발하고 나서 정국에 또 한바탕 난기류가 몰아닥칠 조짐이 보이고 있다.
3김은 민정당이 조기종결을 서두르는 5공·광주의 해결방안으로 민정당이 감당하기 어려운△핵심인사 사법처리△전·최 증언 △특검제라는 조건을 잔뜩 불인데다 지자제관계법 개정, 비 민주악법 개정시한을 모두 2월 국회로 설정해 어떤 형태로든 대결은 불가피하게 됐다.
3김이 제시한 현안 해결책 중 민정당이 가장 강경하게 반발하는 대목은 특위 종결방안 중 핵심인사들의「사법처리」요구다.
사법처리 등의 대상자로 특정인의 이름까지 명시하고 나선 점에 대해선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장 신경질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일부 구속이 불가피한 인사도 있지만 야당이 「사법처리」까지 「결정」하는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제되고 있는 것은 정호용 의원을 굳이 포함시킨 대목인 것 같다.
정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광주지역의「감정」을 의식, 『광주문제해결을 위해선 속죄양을 감수해야 되지 않느냐』는 일부 견해가 있고 심지어 야당 측 주장에는 여당 내 권력갈등의 「청부 적」요소가 있다는 추측까지도 있으나 여권내 정 의원 추종세력도 만만찮아 만약 그에 대한 모종의 조치가 취해진다면 내부반발의 엄청난 상처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여권 내에는 야당 측의 공세가 집요해 정부·여당이 계속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온다면 정 의원이 자진 후퇴하는 선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정 의원 거세는 곧 권력핵심부에 비수를 들이대는 격이므로 있을 수 없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어 오히려 이에 대한 여권내의 입장정리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장세동씨나 안무혁씨 이원조 의원문제는 단순히 5공 비리의 처리라는 차원뿐 아니라 범 여권의 정치자금 내막과도 관련되는 부분이어서 6공 정부로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축소처리」하고 싶은 대목일 것이다.
민정당 측의 공개질의는 이런 점들에 대한 당의 공식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보여지나 그 대응태세는 상당히「감정적」이다.
더욱이 야당의원 5∼6명을 사법 처리한다는 식의 강경 대응은, 오히려 야당 측의 감정적 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짙으며 이런 감정적 대결이 에스컬레이트 되면 정국에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긴장상황이 반드시 장기적 불안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적은 것 같다.
그것은 우선 3김의 합의자체가 외면적인 공조다짐에 비해 내부적으로 커다란 이견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최규하 두 전대통령의 특위증언청취만 해도 그렇다.
민정당 측은 3김이 전·최 두 전대통령의 증언과 관련, 지금까지 고집해 온『국회출석 직접증언』대신『특위에서 증언』이란표현을 사용한 대목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는 서면증언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야당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유연한 입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특위대표가 방문해 증언을 듣는 것도「특위에서 증언」하는 방법에 속하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특히 공화당의 당론이 방문청취란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관계자는『민정당 쪽도 선서면-후 방문청취를 협상카드로 쥐고 있는 만큼 상황전개에 따라선 협상타결의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를 1차적인 협상의제로 삼을 뜻을 비쳤다.
특검제에 대해서도 민정당은『검찰수사가 미흡하다면』이란 3김 합의문의 단서조항과 공화당 쪽의 엉거주춤한 태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정당이 내부적으로 골치 아픈 대목은 오히려 지자제단체장직선과 악법개폐를 위한 3야의 공동위구성이다.
지자제와 관련, 광역단체장 연내 직선을 합의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지자제관계법을 처리키로 함으로써 당장 한판 겨룸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악법개폐에 있어서는 3당 공동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공화당이 안기부 법·국가보안법개정에 오히려 민정당 측과 의견이 가 까 와 큰 걱정은 않고 있다.
민정당은 지자제·악법개폐 등에 있어선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이란 최후의 보도로 배수진을 치고 3당으로부터 3색 분리작업을 벌여 정기국회예산안통과 때와 같은 정책별·사안별 제휴방식을 다시 시도할 참이다.
민정당이 은근히 신경 썼던 중간평가에 대해서는 비록 「신임」과 관련시켰지만 시기·방법에 대해 아무 합의도 못해 다행스러워 하고 있다. 민정당은 3야간에 알게 모르게 감춰 져 있는 틈을 이용한다면 표면적인 대치상태를 돌파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 같다.
그러나 야 공조체제가 이번의 결속 다짐대로 계속되고 당 장의 5공 청산문제부터 벽에 부닥친다면 민정당의 이런 계산은 빗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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