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실·서열무시…낙하산·외부영입 잦아|공무원 인사불만 "포화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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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선 행정공무원들은 인사에 불만이 많다. 서열무시·정실인사에다 외부 입김·낙하산인사까지 겹쳐 승진 숨통이 막혀 있다. 이 때문에 인사 정체현상이 갈수록 심화, 일선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돼 근무의욕마저 잃고 있다. 게다가 일부지방에서는 『정실인사에 수긍할 수 없다』며 발령철회 집단항의까지 빚어져 공직사회에 불신풍조마저 팽배해지고 있다.

<정실·서열무시>
경북도의 경우 지난 해 도청과장 2명 인사에 서열을 무시, 잡음을 일으킨데 이어 올해에는 본청 총무과장을 부임 7개월만에 고급 간부양성교육에 보냈고 점촌시장도 7개월만에 시장·군수반교육에 보내 『이런 인사가 어디 있느냐』는 불만이 고조.
또 도본청 신모 기획담당관은 일선 군수로 내보내는 인사관례를 깨고 본청 민방위국장으로 밀려나 서열을 무시한 인사케이스.
기획관리실장·시장·군수 등 13명이 자리를 옮긴, 지난 1일 단행된 전북의 고위직인사는 『주요국장자리에 모당에서 미는 누가 발령될 것』이라는 소문대로 적중.
이에 공무원들 사이에는 으례 인사철만 되면 출신국회의원이나 정부고위층 등 외부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하고 잡음이 무성.
강현욱지사는 『결코 외부압력을 받았다든가 정실이 개입되지 않았음을 양심선언(?) 할 수 있다』고 외부압력설을 강력히 부인하지만 지사의 속마음이 소문과 맞아 떨어져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
특히 도청의 J실장·L시장·B군수 등은 감사 때 비위가 적발됐거나 인사와 관련, 경고까지 받았으나 오히려 영전 또는 승진돼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6개시 신설로 시장·군수·도국장·부시장·부군수 등 고위직 1백31명에 대한 인사잔치가 베풀어진 경기도에서도 정실인사 잡음이 무성.
시장은 도국장을 포함, 연공순에 의해 부이사관(지방) 부시장으로 전보 후 기용한다』는 인사운영 관리규정을 깨고 도본청 P모국장 등 2명이 신설시장으로 발령됐기 때문.
강원도에서도 서열무시 인사로 말썽. 인제군 K모군수의 경우 지난 1일 단행된 인사 때 선배들을 앞질러 초임군수로 발탁돼 정실인사라는 지적이 분분하다.
외부영입도 인사불만의 큰 요인. 인천직할시는 지난해 6월 가정복지국 신설 때 국가서기관 국장에 외부인사인 이모씨 (55·전 경기 간호보건전문대 교수)를 영입해 시의 고참 여자사무관들의 반발이 식지 않고 있는 실정.
또 지방서기관인 김모씨 (53)는 주택건설사업소장에 근무 중 88년7월 중구청으로 밀려 「구청장보좌관」이란 직제에도 없는 기묘한 보직을 받고 근무중.

<낙하산인사>
충북의 경우 내무부에서 군수자리를 밀치고 들어온 낙하산인사만도 6공들어 보은·단양군수를 비롯, 80년이후 무려 19명.
내무부가 80년부터 매년 2∼3명씩 고정적으로 「밀고 들어오기」낙하산인사를 일삼아 도내 공무원들의 자체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
특히 최근 2∼3년새 도내 지방공무원교육원 국비사무관자리를 내무부 6급이 2단계나 펄쩍 뛰어 승진, 낙하산인사가 심해 승진을 기대하는 지방공무원들은 닭쫓다 지붕만 쳐다보는 격.
전남도 마찬가지. 27개 시·군 중 부이사관급인 6개 시장자리를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내무부에서 2명이나 밀고 내려와 지방 고참 서기관들의 승진길이 막혀버린 실정.
군수자리도 내무부에서 밀고 내려오는 경우가 계속 돼 11일 발령된 구례군수의 경우 내무부 계장에서 서기관으로 승진, 일약 군수로 부임.
인천시도 국가서기관급9명, 실·국장 중 3명이 내무부에서 내려왔고 경북은 지난 1일 기획담당관이 낙하산 인사로 온 것을 비롯, 80년이후 매년 2∼3명이 내무부와 여당에서 사무관급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내려왔다.

<문제·대책>
이런 실정때문에 일선공무원들의 인사적체가 심화,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불신이 쌓이고 있어 큰 문제.
강원도청의 겅우 본청계장급인 지방사무관 1백15명 중 10년이상 승진이 안 된 고참계장이 43.4%인 50명에 이르고 충북은 고참사무관 90명 중 25명이 만년 계장.
경북은 더욱 심해 10년이상 고참사무관 1백36명의 50%인 68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리가 비어 인사얘기가 나올 만하면 어느 새 낙하산을 타고 밀어닥쳐 잔치구경만 하고있는 꼴입니다』 경북의 한 고참계장은 『승진기회나 자리가 있을 때마다 외부입김·낙하산인사로 자리를 빼앗겨 공직자간에 불신까지 낳고 있다』며 『지자체실시를 앞두고 지방공무원과 중앙부처 공무원상이 정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삼척시가 지난해 11월 본청과 동사무소 직원 2백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사불만 설문조사결과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응답자 2백42명 중 37%가 정실인사, 29%가 서열무시 인사라고 응답, 이로 인해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내부결속을 흐트러뜨린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에서는 1일자로 단행된 인사에 불만, 계장급 7명이 『정실인사에 수긍할 수 없다』며 발령철회를 요구하는 집단항의를 벌이는 사태까지 빚었다.
▲경기=김영석기자 ▲전북=모보일기자 ▲강원=권혁용기자 ▲전남=임광희기자 ▲경북=김영수기자 ▲인천=김정배기자 ▲충북=김현수기자 ▲충남=김현태기자 ▲경남=허상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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