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9·11후 민간인 21만 일터서 군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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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하이퍼 파워(超강대국)'로 명명한 전 프랑스 외무장관 위베르 베드린의 말대로 오늘날 미국의 패권은 군사에서 경제.생활방식.언어.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 위세를 떨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원전 3세기 그리스 에게해의 로도스섬에 홀로 우뚝 서 있던 거대한 입상(立像) '콜로서스(Colossus)'에서 21세기 미국의 형상을 보았다.

거인 콜로서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세계는 불안한 눈으로 미국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이라크 파병을 요구하는 콜로서스의 은근한 말 한마디에 여러 나라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미국은 어디로 가는가. 21세기의 로마 제국이 되는 것인가. 북한 핵 문제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이라크 추가 파병까지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거인 아메리카의 행보를 현장에서 조명하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마이크 고어스키(33)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은행원인 그의 생활은 9.11 테러가 터지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고객들과 투자 상담을 하고 있어야 할 그는 벌써 16개월째 병영생활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소속 하사인 고어스키는 9.11이 나고 얼마 후 연방정부 소집령에 따라 키보드 대신 총을 잡았다.

워싱턴주 타코마에 있는 군 기지에서 본토 방위 임무를 맡다 지금은 이라크 남부 카르발라에서 힘겨운 군 생활을 하고 있다. 8개월 정도를 이라크에서 더 보내야 할 형편이다.

회사가 종전처럼 월급을 지급하고 있어 가족들 생계에는 문제가 없지만 직업군인도 아니면서 이 정도 장기복무는 본인과 가족 모두 견디기 힘들다. 그는 귀국하는 대로 주방위군을 탈퇴할 계획이다.

고어스키 하사의 부인이 최근 뉴욕 타임스(9월 15일자)에 전한 사연은 그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해 있는 주방위군 8천명의 이야기다. 14만7천명의 이라크 주둔 미군 중 2만명이 민간인 신분인 주방위군이나 예비군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21만2천명의 민간인에 대해 소집령을 내렸다. 1백55개 미군 전투대대 중 작전에 투입된 병력은 9.11 이전 17개에서 지금은 98개로 늘었다.

미국은 전세계 90여개국(10명 이상 파견 기준)에 36만9천명의 군인을 파견하고 있다. 순환과 교대에 필요한 가용 병력이 사실상 고갈된 상태다. 힘에 부친 부시 행정부는 한국 등 14개국에 이라크 추가 파병을 요청 중이다.

로마 제국은 영토를 최대로 확장했던 기원후 1세기 트라야누스 황제 시절 28개 군단, 16만명의 정규 병력과 22만명의 보조 병력을 제국 곳곳에 배치했다.

'최상의 안보는 확장'이라는 제국 신화는 병력의 과잉 전개(overstretch)를 초래했고, 쌓인 부담은 결국 제국의 붕괴로 이어졌다. 한해 4천억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내년도 테러와의 전쟁 비용으로 8백70억달러를 책정했다.

'강대국의 흥망'을 쓴 폴 케네디(예일대)교수는 "제국적 야망을 부인하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진심이라고 믿지만 문제는 제국처럼 보이고, 제국처럼 행동하고, 제국처럼 소리 지르면 진짜 제국이 된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통치자가 국경의 과잉 확장을 경계할 때 제국은 존속할 수 있다."'로마제국 흥망사'를 남긴 18세기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의 경고는 지금도 유효한 것인가.

뉴욕=특별취재팀

●<1> 고독한 거인의 마이웨이

<2> 탈바꿈하는 제국 군대

<3> 다시 그리는 동맹 지도

<4> 왼쪽 날개 잃은 독수리

<5> 식어버린 용광로

<6> 이념의 공장 싱크탱크

<7> 한손엔 IT, 한손엔 달러

<8> 제국 인력의 양성소

<9> 빅브라더의 눈

<10> 21세기의 콜로세움

<11> 링구아 프랑카 영어

<12> 오일 커넥션

<13> 신보수주의

<14> 기독교 우파

<15> 제국의 반항아들

<16>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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