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미투에 당했다”…미국서 ‘힘투(#himtoo)’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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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이 자난달 27일(현지시간)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 성폭력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이 자난달 27일(현지시간)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 성폭력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여성들의 성폭행 사례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대한 반발로 미국 남성들 사이에서 반여성주의 운동 ‘힘투’(#himtoo)가 세를 얻고 있다. 힘투는 성폭행 무고로 피해를 본 남성의 사례를 고발하는 온라인 운동이다. 거짓 미투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남성이 있자 미투에 대항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11일 오후 인스타그램에 '힘투'를 검색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11일 오후 인스타그램에 '힘투'를 검색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힘투는 브렛 캐버노(53) 미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캐버노의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이 제기되자 캐버노 지지자 중 일부가 “민주당 측에서 미투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차원에서 힘투를 주장한 것이다.

11일 오후 인스타그램에 #himtoo를 검색하면 1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등장한다. 5000개에 이르는 ‘좋아요’를 받은 한 여성은 캐버노를 지지하며 힘투를 외쳤다.

힘투 지지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5건의 성폭행 미수 혐의에도 캐버노가 연방 대법관에 지명되자 “자신의 아들과 남편·형제·삼촌을 생각하는 수많은 여성이 매우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캐버노를 두둔하며 “미국의 젊은 남성들에게 매우 무서운 시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투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남성들이 거짓 미투로 잘못 기소될 확률보다 성폭행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반박했다. 거짓 미투로 피해를 보았다는 미국 남성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으나, 여성단체 ‘EVAWI’의 성폭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남성이 성폭행으로 잘못 기소될 확률은 매년 0.005% 미만이다.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힘투 지지자들은 성폭행을 성별에 따라 명확하게 나누고 있다”며 “여성은 고소하고 남성은 고발을 당한다. 하지만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성인은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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