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 계획은…교황청 대변인 “일단 공식초청 도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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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응해 북한을 방문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렉 버크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바티칸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이 공식적으로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며 “내주 교황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교황에게 공식 전달할 때까지는 이 사안에 대해 따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6∼18일 유럽 순방의 일환으로 교황청과 이탈리아를 찾아 18일 정오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황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17일에는 교황청의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집전으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 참석한다.

국제적으로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기반을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교황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에 비판적인 미국 진보층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교황청의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교황의 북한 방문이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국의 여론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교황청이 전통적으로 분쟁 해결과 세계 평화 중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히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해온 점을 고려할 때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 교황청 안팎의 추측이다.

교황청은 교황의 해외 순방지를 결정할 때 돌다리도 두드려볼 정도로 현지 사정과 여론 등을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놓고도 다각도로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은 방북 성사 여부는 교황의 의지와 결단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교황청의 한 관계자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과 내주 이야기를 나눈 뒤 결국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내주 교황과의 면담에서 교황청이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다면 교황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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