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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국감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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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식
김식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김식 스포츠팀 기자

김식 스포츠팀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증인으로 섰다. 야구 대표팀은 지난달 끝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선수 선발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군입대를 미뤄온 오지환(LG) 등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특례를 받아 국민감정이 악화했다. 그를 증인으로 채택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00만 야구팬들이 선 감독을 부르라 요청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경기인 출신 최초로 선 감독이 국감에 섰으나 손 의원은 행정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해 감독 선임회의와 지난 6월 선수 선발회의 ‘회의록’이 없다고 추궁했다.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회의결과 자료를 회의록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선 감독이 답할 사항은 아니었다.

대한체육회는 대표팀 선발 자료를 받을 뿐 특정 양식의 회의록을 요구하지 않는다. 선수의 장단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적이며 내밀한 내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발언은 모두 속기록에 기록되지만, 의원 공천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앞으로 선수 선발 회의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한국야구위원회(KBO) 등 행정기관에 요청하면 된다. 존재하지도 않는 회의록을 내놓으라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손 의원은 선 감독의 연봉(2억원)을 묻은 뒤 “판공비는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고 들었다”고 따졌다. 선 감독이 이를 부정하자 손 의원은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로부터 연봉을 받아서 아마추어 선수를 1명도 뽑지 않은 것이냐”, “근무시간이 어떻게 되느냐. 너무 편하게 일하는 것 아니냐”며 전선을 확대했다.

선 감독은 ‘오지환 논란’에 대해 두 가지 관점으로 분리, 해명했다. 선 감독은 “코치진 회의 결과 ‘유격수 2위’로 평가된 오지환을 백업 내야수로 선택한 것은 내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역에 대한) 국민 정서,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다.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의원은 “선 감독이 사과하거나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 감독이 이번 논란에 대해 특정 코치나 선수 탓을 했다면 도덕적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선수선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국감에서 손 의원은 행정적인 질문에 집중했다. 지난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야구 행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걸 댓글을 통해 배운다”고 말한 손 의원은 많은 질문을 준비했지만 행정책임자가 아닌 선 감독에게 들을 수 있는 대답은 거의 없었다.

김식 스포츠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