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고는 싶은데…" 부부만 아는 고통, 불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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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도 결혼 초기엔 별로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2년 가까이 아내와 피임을 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피임을 중단한 지 1년이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불임센터를 찾아 봤지만 둘 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인공수정에 이어 시험관아기 시술까지 해봤다. 모두 소용이 없었다. 두 번의 시험관아기 시술에 500여만원이 들었다. 돈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아내가 과배란증후군에다 우울증까지 걸리는 등 너무나 힘들어했다. 보다 못한 김씨는 결국 아내에게 "아이 없이 잘 살아보자"고 말했다.

우리나라 부부 7쌍 중 한쌍꼴로 김씨 부부처럼 불임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불임이란 결혼 후 원만한 부부관계를 가져도 1년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졌다면 결혼 후 1년 내에 85% 정도의 부부는 임신을 하게 된다.

◆ 남편과 함께 진단을=불임은 보통 남성 측 원인이 40%, 여성 측이 40%, 부부 양측이 20%로 나타난다. 부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불임클리닉에 가면 여성은 생리주기에 따라 여러 가지 검사를 받는다. 먼저 생리 시작 2~3일째에 받는 호르몬 등 난소 기능검사, 생리 끝난 지 2~3일 후에 하는 나팔관 검사 등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 배란 직전 자궁 점액검사, 배란 당일 성관계 후 8시간 이내 시행하는 자궁 점액 검사(정자-자궁점액 간 상관관계 파악), 또 배란 1주일 후 황체호르몬 검사, 생리 직전 자궁내막 검사 등을 받기도 한다. 거의 마지막 단계로 골반 내부 상태를 확인하는 복강경검사가 있다.

남성도 비뇨기과에서 정액검사를 통해 정자의 숫자.운동성.모양 등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숫자는 많아도 운동성이 떨어지거나 모양이 좀 이상할 경우 난자와 결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시험관아기 시술은=불임치료도 여성이 젊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불임원인을 빨리 발견하는 게 좋다. 호르몬 주사로 과배란을 유도하거나 남편 정액을 외부에서 인공적으로 자궁에 주입하는(인공수정) 등 비교적 간단한 치료법으로도 임신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과배란을 통해 얻은 여러 개의 난자와 따로 추출한 남편의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켜 자궁 속에 다시 이식하는 방법이다. 보통 첫 시술 땐 2~3개 정도의 수정란을 넣어 임신을 시도한 뒤, 실패할 경우 대개 숫자를 늘려 재시도한다. 쌍둥이 임신 가능성이 큰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률은 30~40% 수준으로, 시술을 많이 받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대개 올라간다. 정자나 난자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자궁내막의 손상이 심한 경우엔 임신이 어렵다고 본다. 또 인공유산을 하면 여성 건강에 크게 해로울 뿐 아니라 불임 가능성도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 주신 분=서울대의대 산부인학과교실 전종관.박중신 교수, 포천중문의대 산부인과(차병원) 이우식 교수

◆ 특별취재팀= 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박종근 사진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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