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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빗나간 9월 극장가] "이 영화가 뜰 줄 몰랐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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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최고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 연휴가 낀 9월 극장가가 떠들썩하다. 이변의 연속으로 충무로의 예측이 거의 빗나갔기 때문이다.

1편 5백30만명 동원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감독 정흥순)이 5일 개봉 이후 1위 수성(守城)에 실패한 게 최대 화제다.

반면 이정재.이범수 주연의 '오! 브라더스'(김용화)가 2주 만에 전국 관객 2백만명을 돌파하는 기세를 올리고 있다. 9월 극장가의 '이변'세가지를 살펴본다.

◇형제는 용감했다=당초 9월 극장가는 5일 개봉한 '조폭 마누라2''불어라 봄바람''오! 브라더스'등 한국 영화 3편의 3파전이 되리라 점쳐졌다. 그중에서도 개봉 전 인지도 조사에서 단연 선두를 달린 '조폭 마누라2'는 최소한 3백만명은 거뜬하게 동원하리라 보였다.

그러나 '조폭 마누라2'는 복병 '오! 브라더스'에 발목을 잡혔다. '오! 브라더스'는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던 이정재와 이제 막 주연급으로 부상한 이범수가 과연 관객을 얼마나 끌어들일지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흥행에 불이 붙었다. 20일 현재 서울 65만명, 전국 2백만명을 동원했다. 스크린 수도 1백76개에서 출발해 1백92개로 늘었다. 현재 맥스무비 등 인터넷 예매 순위에서도 수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조폭 마누라2'는 전국 2백20여개 스크린을 확보했음에도 개봉 후 열흘간 서울 46만명, 전국 1백57만명에 그쳤다. 자신했던 '3백만명 고지'점령도 힘들 전망이다.

영화계에서는 이러한 이례적인 성적을 두고 "뒷심(실제 관객들의 평)의 차이"라고 말한다. 뚜껑을 열고 보니 '조폭 마누라2'는 기대보다 처졌고 흥행성이 없어 보였던 '오! 브라더스'는 관람한 이들의 호평에 뒷심을 받았다는 얘기다.

◇해적도 만만치 않다='조폭 마누라2'가 생각보다 부진한 데는 조니 뎁 주연의 모험 액션 '캐리비안의 해적'탓도 크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미국에서 2억8천여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대작. '니모를 찾아서''브루스 올마이티'와 더불어 올해 브에나비스타의 '효자 상품'이다.

그러나 카리브해나 해적 같은 서구 코드가 국내 관객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결과는? 전혀 아니었다. 추석 연휴 가족 관객을 대거 끌어당기면서 '조폭 마누라2'와 거의 비슷한 성적을 올렸다.

◇다큐멘터리 '영매'선전='메이저 리거'들의 싸움이 이렇게 치열한 동안 '마이너 리그'에도 이변이 있었다. 서울 하이퍼텍 나다에서 단관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박기복)가 그 주인공.

5일 개봉해 첫 주말에 68%의 좌석 점유율을 올렸고 지난 16일까지 4천8백여명이 다녀갔다. 하이퍼텍 나다는 "평소 극장 나들이를 하지 않던 중.장년층 관객이 몰렸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상영기간도 당초 3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하는 등 기세가 심상치 않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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