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평가」놓고 여야 전열정비|"해봐야 실익 없다"대야설득 여|3당총재 회동서 의견조정 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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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정국의 최대난관의 하나로 꼽혔던 중간평가를 놓고 여야의 복잡한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중간평가를 신임투표로 연계시키지 않을 뜻을 슬쩍 비추며 중간평가의 뇌관을 제거하려하자 야당 일각에서는 신임투표 연계론을 들고 나오는 등 중간평가에 얽힌 정국주도권을 쥐려는 미묘한 정치공방에 여야가 부심하고 있다.

<민정당>
그동안 내부적으로 중간평가 축소방안을 조심스럽게 다듬어온 민정당은 이번 연두회견을 계기로 그들의 의중을 수면위로 슬쩍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대야의 콧대를 꺾어보자』며 국민투표에 의한 정면돌파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소수의견이 돼버렸다.
박준규 대표·이종찬 총장·김윤환 총무 등은 지금까지 『2, 3월쯤가서 결정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왔는데 최근 사석에서 『국민투표 해봐야 여야모두 실익이 별로 없다』『야당측도 별로 원치 않을 것』이라는 등의 견해를 자주 꺼내 주목.
이같은 변화는 민정당의 전략이 구체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민정당은 이미 우회적인 대야설득에 착수한 것 같다.
민정당도「신임투표=정국불안」이란 등식을 기조로 중간평가가 신임과 연계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하에 우선 그 방법을 국회에 물어보겠다는 것인데 야당측이 동의한다면 국회에서 적당히 넘길 생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야당간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동의를 구하지 못할 경우 객관적이고 공신력있는 여론조사도 생각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매년 실시해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신임과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구상은 여권핵심부에서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굳어지기 시작했고 이는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핵심인사들의 올해 정국현안에 대한 검토에서 최종 확인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홍성철 비서실장·노재봉 정치특보·최창윤 정무수석을 비롯한 대통령의 측근참모들과 당3역도 참석한 이 대책회의에서는 중간평가·지자제에서부터 보수대연합까지 중요현안에 대해 활발한 의견개진이 있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간평가가 정국긴장의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노대통령도 야당출신 정계원로 등 각계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타진하면서 「신임과 연계된 중간평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고 다만 그 방식에 있어 고심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국민투표를 해서 노대통령이 불신임되었을 경우 야3당이 각기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손실의 대차대조표를 면밀히 따져볼때 3당중 어느 누구도 별로 득볼 것이 없다는 게 우리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중간평가의 시기에 대해 민정당은 우선 시끄러운 상반기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능하다면 올해도 넘긴다는 생각인데 한 당직자는 『취임후 2년은 지나야 뭔가 평가받을 일이 있지 않겠느냐』며 『어느 야당총재도 같은 생각이더라』고 언급했다.
야당의 사정을 들여다보면서 민정당은 대야중간평가 협상에 어느 정도 낙관하고 있는 분위기다.
야당 총재들이 중간평가를 들먹일 때마다 『국민한테 한 약속이지 야당한테 한 거냐』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던 당직자들도 요즈음엔 『야당 얘기도 허심탄회하게듣겠다』(박준규 대표)는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고있는데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있다.

<야3당>
노태우 대통령의 중간평가 접근자세에 대해 야당측은 경중의 차이가 있으나 일제히 반발하며 나서고 있다. 정치권이 필연적으로 넘어야할 「관문」처럼 버틴 정치현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더구나 야당측의 의견도 참작, 결정하겠다는 협상타진 의사에 대해 『스스로의 약속인 만큼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 (김영삼 민주당총재),『노대통령과 국민과의 일인데 야당을 끌어들이느냐』(김원기 평민당 총무)고 일축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신임여부를 묻는 성격의 국민투표가 돼야한다며 중간평가의 대상 (5공청산·민주화에 국한),방법과 효과까지 제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신임연계론의 정식등장은 5공청산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을 다시 긴장시키고 있다.
표면적 비난공세에도 불구 중간평가의 실시여부·방법·시기·효과에 있어 야3당간의 대응자세와 전략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발 다가선 공세에 비해 평민당측은 구체적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고 공화당은 신임연계론을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중간평가가 노대통령과 민정당에도 풀기 어려운 난제지만 야당측도 선택의 폭이 좁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는 신임투표결과로 노대통령이 퇴진하는 상황으로 몰고 갔을때 야권이 대체세력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보장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대통령이 이겼을 경우 정계개편의 역풍에 좌초할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평민당의 최근 「침묵」은 이같은 고민을 반영하는 듯 하다. 김대중 총재는 이례적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2,3월 민정당의 중간평가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면 최종적인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관망적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 민주당은 찬반토론이 가능토록 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제출해놓고 일단 외형상 정면대결태세를 정비하고 나섰다. 민주당측은 첫째, 국민투표에 의한 중간평가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슈를 선점」, 특위정국에 이어 중간평가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이다.
둘째, 국민투표로 갔을때 반대캠페인은 필연적 코스이며 노정권 불신임전선을 주도하겠다는 장기적 전략도 깔려있다.
김종필 공화당총재는 명백하다.△약속을 지키되 △신임으로 연계돼선 안되고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기도 평가대상이 나올만한 90년쯤이 좋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중간평가로 인해 현재의 정치질서가 깨져선 안된다는 「현상유지」자세다. 이 제가 재야, 극우 등 체제반대와 체제유지세력간의 결전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간평가는 24일 야3당총재회담의 최대 현안이다. 현재로선 원칙론적 합의만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계기로 각당의 시각과 입장이 더욱 뚜렷해지고 연합, 또는 이탈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박보균·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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