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조작 「코미디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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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일 오후 국회양대선거 부정조사특위의 대통령선거당시 컴퓨터 조작설 진상규명을 위한 KBS 현장조사는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견학하러 간 것인지 조사하러 간 것인지 분간이 되질 않았고 대통령선거이후 그토록 소리 높여 주장해온 컴퓨터조작설의 논거는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한편의 코미디와도 같았던 이날의 현장조사는 조사에 앞서 열린 전체회의에서부터 시작됐다.
컴퓨터 조작설을 주장해 온 야당측이 『KBS를 가봐야 야당의원이 전문가가 아닌 이상 들러리밖에 안되니 가지 말자』고 주장했고 오히려 여당측이 『간사간 합의에 따라 현장조사를 하자』고 맞섰다.
그러나 설전 끝에 어렵게 이루어진 이 날의 현장조사는 차라리 「아니 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겉돌고 말았다.
컴퓨터 조작설의 새로운 증거를 내놓기는커녕 이미 나와있는 각종 자료조차도 소화해내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현장에서 즉석 질문을 만들어 신문을 시작했다.
심지어 한 야당의원은 컴퓨터를 봐야 컴퓨터 조작설을 파헤칠 수 있다고 주장, 우르르 컴퓨터실을 찾아갔지만 기계밖에 없는 컴퓨터실을 들어갈 때부터 의원들 사이에선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결국 KBS로부터 『컴퓨터 조작설은 어부성세』이란 말을 최종적으로 들은 의원들은 『불손하다』는 지적만 남기고 조사장을 일어섰다.
결국 야당의원들은 대통령선거가 부정이라며 그토록 큰소리로 외쳤던 컴퓨러조작설 자체를 하나의 희극으로 만들어버리고만 셈이다. 증거가 있건 말건 우격다짐으로 주장만 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를 생각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연홍<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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