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아프리카 … 더 다듬고 조여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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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얼마만에 벌어진 월드컵 거리 응원인가. 세네갈과의 평가전이 열린 23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대규모 응원을 펼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아프리카 축구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세네갈은 독일월드컵 첫 상대인 토고를 대비해 고른 평가전 상대였다. 엘 하지 디우프(볼튼)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2골을 뽑은 앙리 카마라(위건).압둘라예 파예(볼튼) 등 빅리거들이 빠져 평가전 상대로 약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개인기도 한국 선수들보다 한 수 위였다. 드리블로 두세 명은 쉽게 따돌리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한국 팀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조인 '중원 압박을 통한 경기 지배'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공수 조화'가 모두 신통치 않았다.

박지성.김남일.이을용이 모두 빠지고 김두현.이호.백지훈이 투입된 중원에서는 패스 게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미드필더를 통한 연결이 여의치 않자 후방에서 부정확한 롱 패스가 공격진에 날아들었고, 전반에는 두 번의 프리킥 외에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했다.

포백 수비는 협력 수비가 안 돼 번번이 전열이 무너지며 실점 위기를 초래했다. 세네갈 스트라이커들의 슈팅 정확도가 떨어진 것이 다행이었다.

후반 들어 한국 특유의 적극성이 살아나며 상대 문전에서 위협적인 공격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좌.우 날개인 설기현과 이천수를 정경호와 박주영으로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것이 주효했다.

후반 29분 상대 문전으로 돌진한 박주영과 정경호가 패스를 주고받다가 박주영이 뒤로 내준 공을 김두현이 대포알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두 손을 불끈 움켜쥐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6분 뒤 한국 진영에서 수비진이 어설프게 공을 다루다가 뺏겼고, 무사 은디아예의 중거리 슛으로 동점골을 허용했다.

2002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을 19일 앞둔 5월 16일,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은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에서 유럽의 강호 스코틀랜드를 4-1로 대파하며 월드컵 본선을 향해 뱃고동을 힘차게 울렸다.

그때 경기가 그간의 부진을 털고 대표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였다면, 토고전을 21일 앞두고 치러진 세네갈전은 한국 팀에 새롭게 불안을 드리운 경기였다.

토고는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세네갈을 3-1로 대파하며 1승1무를 기록했다.

대표팀은 26일 유럽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맞아 프랑스.스위스에 대비한 평가전을 치른 뒤 27일 스코틀랜드행 전세기에 몸을 싣고 장도에 오른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수비 실수를 줄여 토고전 대비

▶ 딕 아드보카트 감독

오늘 경기는 6월 13일 토고전을 위해 맞춰진 것인데 경기 감각과 정확성을 살릴 계기가 되겠다. 수비에서 아직도 실수를 하고 있다. 수비 라인의 실수라기보다는 그냥 수비 실수다. 이유를 찾아내 향상시키겠다. 안정환 골이 노골로 판정된 후 일방적으로 밀렸는데 그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배워야 하고 나아져야 한다. 체력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세네갈이 토고보다 낫다. 토고전에는 미드필드에서 연륜 있는 선수가 나갈 수 있다. 이영표.박지성.이을용은 피로가 쌓여 휴식을 준 것이다. 무리할 이유 없었다.

토고엔 개인기 좋은 선수 많아

▶ 압둘라예 사르 세네갈 감독

한국은 에너지, 활력이 넘치는 팀이다. 기술적으로 균형 좋고 코너 센터링, 수비 능력이 뛰어나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약점은 정신력에 기복이 있다. 어떤 때는 아주 강하고, 어떤 때는 아주 약하다. 골 결정력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과 토고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한국은 스피드, 공수 전환이 빠르고 조직력도 강하다. 토고는 공격을 만들어서 하는 팀이다. 좀 느리다. 대신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가 많다. 육체적으로 한국보다 강하다. 세네갈을 통해 토고 해법을 찾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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