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다룬 다큐멘터리 첫 제작|M-TV 『어머니의 노래』 주말께 방영 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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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광주 민주항쟁을 조명한 본격 TV다큐멘터리가 방송사상 처음으로 MBC에 의해 제작됐다.
지난해 12월9일부터 지난 2일까지 20여일간의 현지취재를 거쳐 최종 마무리단계에 있는 90분물 『어머니의 노래』는 빠르면 금주말에 방영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80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큰아들 전영진군(당시18서)을 계엄군의 총탄에 잃고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김순희씨(50)의 뜨거운 모정을 통해 이 시대의 상실된 도덕성과 인간성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 속에는 또 광주항쟁의 진상규명을 위해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목격한 많은 광주시민들의 증언도 삽입돼 있다.
특히 헬리콤터 기총소사 등 목격한 조배오 신부와 천주교 광주정평위 김양래 간사, 가두방송을 담당한 박영순씨, 전남도청 앞 발포상황을 자세히 목격한 당시 잡지사기자 김법수씨,수 많은 부상자를 치료한 광주기독병원 전홍주 박사 등의 증언도 포함돼 있다.
광주민주화항쟁의 일면을 밝힌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김윤영 PD(교양제작국)를 만나 보았다.
『광주에 도착하면서부터 편집을 할 때까지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그 사건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모른다는 사실이었읍니다.』
그는 광주를 다녀온 뒤 많은 사람들로부터 『뭐 시원한 것이 있느냐』 『좋은 화면을 구했느냐』는 등의 질문공세를 받고 분노와 서글픔을 함께 느꼈다고 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잔인한 것을 보고싶어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몇 명이 어떻게 죽었느냐는 것보다는 이유 없이 죽고 다치고 또 그로 인해 상처를 입은 가족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람들의 무심한 질문 속에서 마치 서부활극을 보려는 구경꾼의 심리를 발견하게 되며 그러한 시각은 광주항쟁을 평가절하하고 축소·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표피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평범한 시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중심으로 항쟁과 희생자가 발생한 원인을 규명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관제방송의 우산 속에서 저 자신과 시청자들을 기만했던 지난 죄과를 만분의 일이라도 씻고 방송인으로 새롭게 태어나려는 심정으로 제작에 임했읍니다.』
그는 광주항쟁이 정치적으로도 마감한 문제인 만큼 불편부당과 공정성을 지키기 의해 무엇보다도 힘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악이 판치는 그릇된 세상에서 묻혀버린 진실을 찾아내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을 하면서 「공정」「형평」이라는 허울 속에서 주저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읍니다』 광주에 대해서 너무 쉽게 얘기하는 정치인·지식인들을 향해 그는『찬 바람부는 금남로와 망월동에 다녀와서 말하라』고했다.
『이 작품이 광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밝힐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광주의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도 광주에 관한 작품은 계속 나올 것입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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