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 첫 개인전 여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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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 뜰 한쪽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자신이 만든 팔찌를 들어보이는 리사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부인. 갖가지 재료와 도구를 빼곡하게 늘어놓은 작업대에서 그는 미대사부인이 아닌 금속공예가로 변신한다.

덕수궁 돌담길 옆, 일반 시민은 담벼락만 보고 지나는 곳.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 대문이 모처럼 열렸다. 23일 오후, 도심 한복판의 구중 궁궐이라 할 대사관 응접실에서 열린 대문보다 더 활짝 웃고 있는 이는 리사 버시바우(53) 주한미대사 부인이다. 6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장신구와 오브제'전을 여는 그는 "한국에 온 지 일곱 달 만에 그룹전 네 번에 개인전까지 이어져 행복하다"고 입을 열었다.

"부임한 나라에서 그곳의 재료와 공예 전통을 배웁니다. 러시아에 있을 때는 러시아 호박(瑚珀)이 주는 따뜻함과 러시아 전위미술의 정신을 제 작품에 반영했어요. 한국에 오고 나서는 옥(玉)과 한지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브로치나 목걸이 등에 한국에서 보고 느낀 미감을 담았어요. 특히 대사관저 뜰에서 매일 보게 되는 대나무의 자연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리사 버시바우는 자신을 대사 부인이기 전에 금속공예가로 봐달라고 부탁했다. 해묵은 한옥 곳곳에 놓인 현대풍 장식품을 "내가 만든 것"이라고 가리켰다. 즐겨 쓰는 재료는 알루미늄과 아크릴로 가벼우면서도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나뭇잎에서 따온 형태와 다양한 색채를 써 만든 브로치와 커프스 단추 등은 남편인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도 즐겨 착용한다.

"남편이 일단 써보고 조언을 많이 해주죠.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지금도 드럼을 치지만 그가 고등학교 시절 밴드에서 드럼을 두들기는 걸 보고 이 다음에 유명한 연주자가 되리라고 생각했죠."

리사 버시바우의 작업실은 널찍한 대사관저 뜰 뒤쪽 수영장 옆에 있다. 수영장 탈의실 겸 놀이방으로 쓰이던 곳을 개조한 공간에서 그는 바쁜 일정을 쪼개 개인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옷에 달면 브로치가 됐다가 장식대에 꽂으면 조각품이 되는 변화를 즐긴다고 했다.

"생각이 떠오르면 수십 개씩 실험을 합니다. 이렇게 만든 장신구는 작가인 큰 아들과 사진가인 둘째 아들은 물론, 집안 사람들에게 나누어줘 써보게 하지요. 쓰임새와 예술이 함께하는 공예가 좋아요. 작품의 초점을 디자인에 맞춥니다. 현장에서 구한 특이한 재료를 제 나름의 감각으로 디자인하죠. 강한 전통과 발랄한 현대 공예가 공존하는 한국에서 새로운 작품을 전개할 수 있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6월 7일 오후 2시 전시장 2층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고 싶어하는 관람객과 '작가와의 대화'를 연다. 100여 점 나올 작품 설치도 모두 직접 한다. 한지를 활용해 만든 옷에 작품을 배치해 장신구를 실제 달았을 때 효과를 연출하겠다고 했다.

"전시장에 오셔서 제 작품을 즐겨주세요. 한국 건축과 색감과 섬유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미국 금속공예가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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