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도씨 극비출국 정부알선·묵인 분명"|장노동, 취임 한달 이유 "모른다"로 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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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29정신」거듭 강조>
○…14일 오전 가락동 당연수원에서 열린 민정당창 당8주년기념행사는 당총재인 노태우 대통령의 선거표어를 본따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실천결의대회로 하고 단상엔 노대통령 내외·박준규 대표위원·고문 5명·평당원10명만 앉게하고 나머지 당직자는 단하에 앉게하는 등 대통령 선거 때와 같은 기세와 사기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역력.
노대통령은 『6·29선언과 국민직선으로 출범한 새공화국은 정통성이 확립된 명실상부한 민주정부』라고 재강조했고 박대표와 이종찬 사무총장도 6·29선언을 여러차례 강조함으로써 창당정신보다는 6·29에 의한 재창당 정신을 강조.
행사장은 「6공화국 창출했다.2000년대 준비하자」등 대형현수막·휘장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했고 당원들은 간간이 함성·박수·구호 등으로 잔치분위기를 돋우려 애쓰는 모습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활기가 없어 보여 당인기가 창당이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최근소속의원·지구당위원장의 잇따른 구속사태 등으로 위축돼 있는 느낌.
기념식이 끝난후 열린 다과회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민정당이 창당한지 8년밖에 안됐지만 4당중 가장 역사가 길다』며 『따라서 민정당은 맏형의 역할을 해야 하며 인기가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실망해서는 안된다』고 역설.
노대통령은 『그동안 여러분들은 참느라고 고생했고 나도 참 엄청나게 참았다』며 『이제는 더 참았다가는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질 염려가 있는 만큼 공권력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
노 대통령이 5공비리척결 등 민주개혁조치에 언급하면서 『40년 헌정사의 과제가 한꺼번에 분출돼 국민들은 성급하다』며『이 노태우는 천천히 걸어가기는 하지만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자 당원들은 『노태우』를 연호.

<다양한 목소리 부재가 문제>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는 14일 이북5도청을 방문, 남북대화를 앞두고 『1천만 실향민의의사가 정상적이고 강력하게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인사.
김총재는 『이북출신 경제인들이 남북경제협력에 적극 참여하는 길이 모색되어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북출신경제인들에 의한 이북5도 은행설립계획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강조.
평민당내에는 당내 「다양한 목소리의 부재」현상을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데 당무전반을 진단하고 있는 평가교수단도 『당논 결정과정이 당규상으로만 규정돼 있을 뿐 평상시에는 가동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지도부의 영향력도 총재가 부총재들과 함께 행사돼야 한다』고 지적.

<"정부-허씨 합작품이다">
○…허문도씨 출국문제로 14일 아침 긴급 소집된 민주당 총재단 및 당3역 회의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서청원 대변인 말) 속에 검찰의 5공수사까지 묶어 대정부 성토가 무성.
김동영 부총재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는데도 출국한 것을 볼때 정부와 짜고 한 것이 분명하다』고 비난했고 박관용 의원은 『허씨가 승객명단에 끼어있지 않다고 하는데 이는 정부의 알선·묵인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정부와 허씨의 「합작품」이라고 주장.

<"공권력개입 잘됐다 생각">
○…국회 노동위는 13일 오후 장영철 노동부장관을 불러 현대중공업 테러, 풍산금속 공권력개입사건 등을 추궁했으나 장 장관이 취임한지 한달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른다』 는 답변으로 일관해 성과없이 7시간여 만에 종료.
노무현 의원(민주)이 『「제임스·이」에 대해 동향보고를 받은 적이 있느냐』『테러를 한 노조지도부가 투숙한 여관에서 발견된 괴문서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은데 대해 장장관이 계속 『모른다』『보고 받지 않았다』고 답변하자 노의원은『미운 사람은 한번만 내려가도 보고를 하고 국적도 모르는 사람이 휘젓고 다니는 것은 보고도 않느냐』고 추궁.
또 이해찬 의원 (평민) 이 풍산금속사건 직후 청와대비서관을 비롯해 보안사·50사단장 등이 대책회의를 했다고 주장하자 장강관은 『결국 공권력개입은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답변.

<민정현장조사 불참비난>
○…14일 오전 광주에 내려온 광주특위의 야당 현장조사단은 시내 부엉산에서 발굴된 유골이 공수부대에 의해 희생된 사람의 것이란 심증을 갖고 규탄.
광주출신의 신기하 의원(평민)·김인곤 의원 (공화)등은 『국민들이 이같은 시체를 발견, 신고했기 때문에 발견된 것』이라며『당시 부랑아시설에 수용된 연고자가 없는 사람이나 그외 행불자 등이 이처럼 처리되었으리라고 짐작된다』고 주장.
장석화 의원 (민주)은 현장조사에 민정당이 불참한데 대해『청문회는 불참한다해도 현장조사는 참석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민정당을 비난. 【광주=고도원 기자】

<"당 노선도 제대로 몰라">
○…공화당은 14일 올해 처음으로 대전에서 충남지역당원단합대회를 열고 지자제를 겨냥한 당조직 확대작업에 착수.
김종필 총재는 『그동안 누차에 걸쳐 당의 노선과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자신이 직접 쓴 인사말을 통해 당 노선을 『개혁하며 보수하는 의회민주정당』이라고 강조.
김총재는 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통일논의 및 대북 교역과 관련, 『정주영씨가 공산권을 왔다갔다하지만 자기 회사내 문제부터 정리해야할 것』이라며 『이것은 국가차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
김총재는 『전체주의 국가가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며 동구권과 북한의 개발움직임에 경계심을 표시하고 『통일문제에는 성급해서도, 무질서해서도 안된다』고 거듭 신중을 촉구.

<"이념정당 원내진출협조">
○…2박3일간의 제주도휴가를 끝낸 김영삼 민주당총재는 13일낮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노선에 대해 『스스로 입지를 좁힐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 당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고루 대변하는 「국민정당」이라고 강조, 최근 「개혁적 보수주의」를 통한 「색깔경쟁」에서 한발 후퇴.
김총재는 대신 『이념정당이 원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해 전민협 등의 진보정당결성움직임에 대해 환영의 뜻을 시사.
김총재는 평민당과의 노선차이에 대해 『그사람들이 분당해 나갈때 「이념차이」때문이라고 분명히 한바있는데 이제 그게 아니라고 하니 잘 모르겠다』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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