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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은혜 의혹 소명된 건 뭐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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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청와대는 “유 장관이 사과할 건 사과하고 해명할 건 해명하는 등 충분히 소명했다”고 임명 배경을 내놨다. 현 정권의 인재 풀이 이 정도 수준이냐는 자괴감도 크지만 청와대의 억지성 설명 앞에 좌절감과 상실감이 들 지경이다.

유 장관은 위장전입에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 피감기관 사무실 임대로 인한 갑질 논란, 남편 동업자의 비서관 채용, 홍보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등 여러 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 도덕성과 자질도 문제지만 경우에 따라선 범법 소지가 다분한 비리 백화점의 전형이다.

더 큰 문제는 여러 다양한 의혹에 대한 불성실한 해명이다. 의원직 5년간 59건의 교통법규 위반엔 “일정이 바빠서”라고 둘러댔고, 성공회 사택을 위장전입처로 만든 것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이 없었다. 그런데도 ‘사과와 해명이 됐다’니 일방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정도를 넘어 현기증을 느낀다.

법적으로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온갖 의혹과 흠결 중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해명된 게 없는 상황에서 임명을 강행하는 건 오만한 태도다. 해당 공직에 걸맞은 능력을 가리는 건 물론 임명권자가 발견하지 못한 비리 등의 결격사유를 따지자는 게 청문회의 취지다.

게다가 유 장관은 현 정부 출범 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없이 임명된 네 번째 국무위원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의혹과 범법행위가 면피성 사과 한마디로 아무 일도 아닌 듯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는 건 국민 무시다. 청와대는 유 장관이 지난해 내놓은 인사 원칙과 도덕성에 부합하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이 기회에 부실 검증이 자꾸 되풀이되는 이유를 진지하게 따져보고 획기적 개선책도 내놓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