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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예방 예산 일본 7833억원, 한국 168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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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극단적 선택 예방 조형물. [중앙포토]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극단적 선택 예방 조형물. [중앙포토]

일본보다 한국의 자살 감소가 훨씬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신질환자 자살률이 20배 높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자살예방포럼(공동대표 원혜영·주승용·김용태 의원)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회국제세미나를 열었다. 박혜선 일본 자살 종합대책추진센터 연구원은 '일본 자살대책의 시사점' 발표에서 일본과 한국의 자살 정책을 비교 분석했다. 일본은 2010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3만1690명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2만1140명으로 떨어졌다. 8년에 걸쳐 1만550명(33.3%) 감소했다. 반면 한국은 2011년 1만5906명에서 이듬해 줄었다가 2013년 다시 늘었다. 그 이후는 죽 줄어들어 지난해 1만2463명으로 떨어졌다. 2011~2017년 7년 동안 3443명(21.6%) 감소에 그쳤다.
 극단적 선택을 줄이려면 정부와 민간 전문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를 움직이려면 재정 지원이 따라야 하는데, 일본은 한국보다 자살 예방에 훨씬 예산을 많이 쓴다. 일본은 지난해 751억엔(7338억원), 올해 799억엔(7833억원)을 투입했다. 2010년(125억엔)의 6.4배로 늘었다. 한국은 2011년 14억원에서 지난해 99억3100만원, 올해 168억원으로 늘었다. 종전 예산이 워낙 적어서 증가율은 높지만, 절대액은 일본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이 일본의 2.1%에 불과하다. 박 연구원은 "일본은 10개 핵심 대책 중 자살 유가족의 고통 완화 대책, 적절한 정신과 치료 지원 등에 지난해 예산을 2016년보다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내년에 자살예방예산이 208억원(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금액)으로 증액한다고 해도 턱없이 낮다. 이 정도로는 자살 유가족을 지원하는 비용을 민간에서 조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의 자살률 감소가 두드러진 이유로 지역 맞춤형 대책을 제시했다. 중앙정부가 제시한 기본 대책 패키지는 전국 공통으로 시행하고, 시·군·구는 지역별 문제점을 분석해 맞춤형 대책을 시행한다. 가령 특정 시에서 독거 무직자 20~39세 남성 자살이 1위로 나왔을 경우 원인을 분석한다. 실업-생활고-채무-우울증으로 이어지면서 극단적 선택을 야기한 것으로 나올 경우 실업 대책에 집중하는 식이다.
 백종우 교수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며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덴마크의 얀 매인즈알보그 대학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일반인과 비교하여 정신질환을 지닌 사람의 자살률이 20배나 높다”며 "자살 위험도는 모든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걸쳐 높은 것으로 나오며, 자살은 정신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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