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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죄고 금리 오르고 입주 늘고…가을 주택시장 안개 자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시민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시민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안개가 짙은 가을을 맞는다. 한 달 전만 해도 집값이 무섭게 치솟았지만, 최근 강도 높은 정부 규제가 발표되면서 호가(부르는 값)가 떨어지는 단지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입주량 증가 등 시장을 뒤흔들 만한 변수가 연내 줄줄이 대기 중이다.

DSR 전방위 도입·금리 인상에 주목 #이자 부담 커져 주택 수요 줄 듯 #급매물 나올지도 관심거리 #입주 물량 증가도 주요 변수

당장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게 시장의 최대 압박 요인이다.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돈줄'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은 물론 보험사와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을 때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를 적용받는다. DSR은 연 소득에서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자동차할부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은행권은 시범 운용 중인 DSR을 다음달 중순부터 관리지표로 도입한다. 돈을 빌려줄 때 DSR을 따져야 하며, DSR이 지나치게 높으면 대출을 거절하거나 일부만 승인한다는 의미다. 또 '위험대출'로 분류되는 고 DSR 기준을 100%에서 70~80% 수준으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고 DSR 기준이 80%라면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의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4000만원으로 제한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받을 수 있는 자금이 줄어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고,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움직임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5~26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연 2.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연 1.5%)과의 정책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아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변동이 없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름세다. 은행권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주요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가 3주 전보다 10~12bp(1bp=0.01%포인트) 오른 4% 중반에 형성될 예정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금리 인상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시중금리가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주택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늘어난 대출 이자를 감당하면서까지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은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급매물을 쏟아내고 집값도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인 9500여 가구 규모의 서울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오는 12월 입주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인 9500여 가구 규모의 서울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여기다 주택시장에서 소화해야 할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도 적지 않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4분기(10~12월) 수도권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6만5000여 가구로, 전 분기보다 30% 이상 많다. 서울 입주 물량은 2만 가구로 올해 연간 예정치의 50%가 넘는다. 내년엔 4만 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오는 12월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서울에서만 5만 가구 정도 입주한다"며 "매매와 전세 시장 모두 수급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위원은 "당분간 수도권 주택시장은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다가 금리·대출 등 변수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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