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위상·정국현안 입장정리|수권채비 서두는 민주당 정책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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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은 6,7일 이틀간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가진 정책세미나를 통해 당의 위상·노선정립 등 「이론적 체제정비」및 중간평가. 5공 청산·지자제·통일·민생문제 등 정국현안의 입장정리를 시도.
첫날인 6일에는 황병태 정책위의장이 「민주당의 위상과 진로」라는 발제를 발표하기가 무섭게 반론이 제기되는 등 활발한 토론 분위기가 고조되자 예정된 분임 토의를 없애고 밤9시부터 10시50분까지 전체토론형식으로 진행.
특히 황 의장이 내놓은 「개혁적 보수주의」「안정희구 계층의 확산」등에 대해 서구이론까지 동원하는 격렬한 논전이 펼쳐 졌으며, 중간평가 등에 대해 당지도부의 자세를 정면공격하는 등 발언신청이 쇄도.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원로층과 젊은 세대간 설전이 벌어져 어려운 쟁점임을 실감케했는데 『야당생활 30년만에 이런 토론은 처음』(노병구 광명지구위원장)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
○…황 정책위의장이 안정화구의 중산층에 바탕한 「개혁적 보수주의」노선과 보수흡수통합의 주도권 확보전략을 제시하자 세미나장은 아연 긴장.
황의장은 『여러 여론조사결과국민절대다수가 정치안정을 바라고 있으며 20,30대도 안정된 직장·보수를 원하는 「중산층심리」를 갖고있다』며 『이들은 현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으나 체제를 무너뜨리기보다 잘못된 것을 과감히 개혁하길 바라고 있다』고 진단. 그는 『개혁적 보수주의가 바로 이것이며 민정당의 현상유지·수구적 보수와 엄격히 구별된다』 고 부연.
황의장은 『보수흡수 통합은 민정당이 말하는 1대1 보수연합이 아닌 민주당을 구심점으로 한 흡수』라고 개혁적 보수구도에 의한 전략을 설명.
황의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이 조기에 본격적인「색깔경쟁」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김총재가 황의장을 통해 「노선 정리」를 시험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등 설왕설래.
원외의 조홍래 전 정책위의장은『안정희구세력이란 표현이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안주세력과 혼동될 우려가 있으며 사이비보수를 경계해야한다』고 문제점을 부각.
그는 『2원정국론이 무리한 대칭 개념으로 일부에서 냉소한다』면서 『느닷없이 김총재에게 이같은 아이디어를 주면 되겠느냐』고 공격.
「보수」와 「안정희구」라는 표현에 강한 반발이 있자 강인섭 부총재는 『보수란 개념이 자칫 반동·퇴영으로 오용될 소지가 있다』고 동조하면서 일단 진화하려했으나 자유토론에 들어가면서 더욱 불만이 가세.
6·3세대의 김중태 위원장(서울중구)은 『중산층개념은 미국에서조차 낡은 이론』이라면서 『황의장 출신구인 강남쪽에는그 이론이 맞을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론 틀린다』고 공박.
이에 황의장은 『중산층은 돈보다 생활양식, 그리고 중산층심리를 가졌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계급정당은 절대 집권 못하고 있으며 변화를 추구하는 보수주의가 득세하고 있다』고 반론. 그러나『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는 「체질론」에 밀린 인상.
○…중간평가에 대해선 지도부의 보다 선명한 대처방안을 강력히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관심.
김상현 부총재는 『5공청산후에 중간평가를 받아야한다』는 김 총재의 발언이 『자칫 5공 청산을 안 하면 안 받을수 있다는 오해를 할 수 있다』고 환기, 김정길 의원과 반형식 위원장(예천)은 『전민협 등 재야세력이 국민투표에 반대운동을 할 때 우리당의 자세는 무엇이냐』고 반문해 중간평가에 임할 야당의 어려운 운신을 예고.
이날 관심을 끈 대목은 황 의장이 중간평가를 국민투표로 해야 한다는 것과 김상현 부총재가 찬반토론이 가능토록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인데 특히 강 부총재는 『국민투표에선 야당간판을 걸고있는 한 반대는 숙명이다. 결국 다른 야당·재야와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역설. 그는 △국민들이 정국혼란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노대통령이 역설적으로 승산이 있고 △노대통령의 패배 후에도 분명한 「대체세력」이 존재한다고 확신한다면 부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 이는 민주당 전략의 일단을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간평가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지도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해 이원범 위원장 (영등포을)등은 『노대통령이 무너지면 야당이 더 불안해하는 인상을 주는 게 부끄럽다』면서 『신임으로 연계시키지 않고 있는 당 지도부의 전략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원색적 용어를 써가며 맹공.
한편 김총재의 학계쪽 브레인인 한완상 서울대교수는 국내정치 주제발표를 통해 야권이 중간평가를 「강건너 불구경」할때①불신임의 경우 국민들은 자신들의 직접승리로 여겨 야당을 외면, 제도권야당이 몰락하고②근소한 차로 신임 받을 경우 민주세력이란 야당이 조금 힘을 썼으면 부결되었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야당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③압도적 지지의 경우 야당입지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분석.
한 교수는 5공 단절이 충분할 경우 여권이 알아서 하도록 방치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총력전으로 나서 불신임 받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해 눈길.
토론도중 민정당에 대해선『무너져가는 고가』(강 부총재),『5공청산 하건, 안하건 무너지는 정당』(오상현 위원장)이란 표현이 거침없이 나왔고 노대통령이 중간평가에서 이겨도 『「레임덕」(절름발이오리)상태가 조기에 부각될 것』(황의장) 이라는 분석도 대두.
○…통일문제토론시간에 박관용 당 통일특위 위원장이 국가연합성격의 「한민족연합체통일방안」을 시안으로 제시했는데 해방직후 반탁운동출신의 박용만 행정위원장과 김수한 정무위원이 이의를 제기해 한바탕 소란.
박위원장은 남북쌍방이 동등입장에서 참여하는 국가연합체 속에 한민족위원회·한민족회의를 둔다고 해설. 이에 박용만 위원장은 『남북의 인구차가 큰데 어떻게 남북동수로 하느냐. 북한이 민주화가 안됐는데 「민주화는 통일로 완결한다」는 얘기가 말이 되느냐』고 하자 뒷좌석의 젊은 정책실무진들 사이에서 『구세대의 흘러간 반공논리』라고 수군거렸고 이에 박관용 위원장이 반론을 펴자 일제히 박수로 지원.
이날 세미나에선 사장된 것으로 규정돼온 「야당통합론」도 제기됐는데 김상현 부총재는 『중간 평가후 대두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강 부총재는 『국민투표에 의한 중간평가과정에서 야당통합론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분석.
이날 세미나에는 시간이 갈수록 당내민주화문제 등 「잠재이슈」가 모두 등장했는데 김총재는 『민주당의 자랑스런 면모』라고 결론.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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