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 류현진' 돌풍서 태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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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열아홉 살 루키 류현진(한화.사진)이 일으키는 돌풍은 그의 등에 달려 있는 번호 '99'번 같다. 범상치 않다. 벌써 6승(1패)째다. 류현진은 2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 7이닝 동안 5안타.1실점으로 잘 던져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구속 148㎞의 직구와 낙차 큰 커브,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슬라이더에 두산 타자들이 10개의 삼진을 당하며 침묵했다. 류현진은 탈삼진 62개로 박명환(두산.54개)에게 잠시 내줬던 탈삼진 1위 자리도 되찾았다.

류현진의 등번호 99번은 사연 있는 번호다. 한화에 둥지를 틀면서 류현진의 등번호는 15번이었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15번을 달고 훈련했다. 류현진이 등번호를 바꾸게 된 것은 '형님' 구대성(37)이 2월 28일 한화에 컴백하면서다. 15번은 구대성이 한화 시절 달던 번호였다.

구대성은 그 15번을 다시 원했고, 후배 류현진은 망설임 없이 선배에게 번호를 양보했다. 그리고 99번을 택했다. 99번은 지난해 조성민(1번으로 변경)이 달고 재기에 성공했던 번호였다. 류현진은 그 번호만큼 무게 있는 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구대성이 자신에게 등번호를 양보해 준 기특한 후배의 승리 자격을 지켜줬다. 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막는 깔끔한 마무리. 구대성은 시즌 15세이브째로 이 부문 선두를 질주했다. 2위 한화는 이날 승리로 수원에서 SK에 11-5로 져 9연승 행진을 끝낸 선두 현대에 0.5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사직에서는 양준혁(삼성)이 5회 초 중전안타를 때려 통산 3172루타를 기록해 장종훈의 프로야구 최고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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