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변보다 ICBM 폐기 급한 폼페이오 "특정 무기체계 논의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특정 시설과 무기체계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말했다.[폭스뉴스 인터뷰 화면 캡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특정 시설과 무기체계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말했다.[폭스뉴스 인터뷰 화면 캡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북한과 특정 시설과 특정 무기체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리스트 신고 대신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내밀자 미국은 ‘플러스알파(α)’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요구하는 물밑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北 핵·미사일 한 기도 포기 안 했다"에 공개 #북·미 영변 플러스알파(α) 협상 본격화 시사 #'특정 시설'은 강선·산음동까지 포함 가능성 #플러스알파 충족땐 종전선언 가능할 수도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 앵커 크리스 월리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무기, 미사일 한 기도 포기하지 않고 보유 목록도 주지 않는데 종전선언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협상을 개시한 때부터 미 행정부의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진행 중인 협상의 세부 내용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지만 우리는 (북한의) 특정 시설과 특정 무기체계(particular weapons systems)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화가 진행 중이며 세계를 위해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평양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국장 트위터]

북한 평양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국장 트위터]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에 폐기를 요구한 ‘특정 시설과 특정 무기체계’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평양 선언에서 이미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및 고정식 발사대와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의사를 공개했기 때문에 이와 별도로 플러스알파를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핵ㆍ미사일 폐기란 일반론이 아니라 ‘특정 무기체계’를 거론한 건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화성-14ㆍ15형 등 ICBM과 이동식 발사대(TEL) 폐기를 논의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말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 국장은 앞서 트윗을 통해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발사대를 해체하더라도 평양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ICBM을 계속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에서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비확산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도 영변은 플루토늄 생산 시설이기 때문에 플루토늄 핵탄두 생산을 앞으로 동결하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 40~60기 핵무기 보유고에 아무 영향이 없고, 강선 등 비밀 시설에서 우라늄 핵탄두 생산을 막지 못해 비핵화 의미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평양 외곽의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국장 트위터]

북한 평양 외곽의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국장 트위터]

앞서 지난 8월 미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평양 외곽의 강선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핵 물질ㆍ탄두 생산을 계속하고 있으며,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선 ICBM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이 ‘특정 시설'을 언급한 건 북한의 비밀 시설인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과 산음동 미사일 시설 폐기도 함께 요구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전부를 폐기해야만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같은 양보 조치를 하나”는 거듭된 질문에 “양보가 뭔지 모든 사람마다 각자 생각이 다르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간 것 자체를 양보란 사람도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플러스알파가 충족되면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그는 대신 “경제 제재는 우리가 추구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풀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도 최종적인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진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한국과 경제관계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고 하고 중국ㆍ러시아도 다른 길을 모색한다”는 지적에 “유엔 안보리 전체가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집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이번 주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이 같은 약속을 재차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나라가 내게는 개인적으로 안보리 결의안 집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