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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황제? 가장 불쌍한 세대"…84년생 장위안이 본 바링허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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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황제(小皇帝)'라고 들어본 적 있으시죠? 

얼마나 귀하게 키운 자식이면 황제라는 말을 붙일 정도일까요? 소황제는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한 후 태어난 세대를 뜻하는 말인데요. 1980년대 생이라는 뜻으로 '바링허우(80后)'라고도 부릅니다.

이들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이후 태어났는데요. 외동으로 자란데다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자랐기 때문에 중국의 기성세대는 바링허우에 대해 '이기적이고 씀씀이가 헤픈 세대'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바링허우는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바링허우, 방송인 장위안에게 물어봤습니다. 1984년생인 장위안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링허우의 모습처럼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는데요.

그는 바링허우에 대해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불쌍한 세대"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유례없는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위로는 부모님, 아래로는 자식들의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서글픈 세대라는 겁니다.

중국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로 인구절벽 위기를 맞자 2016년 가구당 자녀 2명의 출산을 허용하는 새로운 정책을 내놨습니다. 1자녀 정책이 37년만에 폐지된 겁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방송인 장위안을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TBS에서 만났다 [출처 차이나랩]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방송인 장위안을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TBS에서 만났다 [출처 차이나랩]

장위안은 "중국의 바링허우는 취업난과 내집 마련, 결혼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스스로를 '노예 세대'라고 부른다. 1990년대 생인 '주링허우(90后)'와 2000년대 생인 '링링허우(00后)'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며 "한국의 80~90년생 청년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직까지 한국이 바라보는 중국은 몇 십년 전에 머물러 있다"면서 "중국의 변화하는 모습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습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장위안은 현재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TBS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요즘 TV에서 보기 힘들다. 어떻게 지냈나

최근에는 TV 대신 라디오 방송을 주로 하고 있다. 매일 저녁 TBS FM을 통해 두 시간씩 중국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생활과 한류 문화 등을 소개하는 방송이다. 2016년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중국편'에 가수 황치열씨와 함께 출연했는데, 그 이후로 중국 방송에서도 섭외가 들어온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됐나

처음 한국을 방문한 건 2009년이다. 북경TV에서 아나운서로 일했는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재충전을 위해 한국서 한 달을 지냈다. 대학 시절 한국인 친구가 많았는데, 한국에 직접 와보니 재미있고 매력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2010년 말 다시 한국에 왔다.

[출처 JTBC]

[출처 JTBC]

처음 한국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북경TV에서 일한 기간이 2007년부터 2008년까지였는데 모아둔 돈이 별로 없었다. 한국에서 어학당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여러개 했는데 경제 사정 때문에 고시원을 7~8군데 전전했고 하루에 달걀 하나에 라면 1개를 먹으며 지냈다.

그래도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서인지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었다. 이후 성우로 일하면서 라디오 방송도 하고 학원 강사도 하면서 자리를 잡게 됐다.

방송은 어떻게 시작했나

TV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한 적이 있는데, 어느 날 알고 지내던 방송작가를 통해 연락을 받았다. 외국인 패널들이 출연하는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었다.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출연하기 힘들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기쁘게도 연락이 왔다.

한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녹화 전날에서야 토론 주제를 알게 되는데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서 한국어로 옮긴 뒤 밤새 외워갔다. 반 년 정도 그렇게 방송을 하다보니 한국어가 좀 늘었고 대본 외에 다른 이야기도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

JTBC '비정상회담' 출연진이 배우 정우성과 찍은 기념 사진 [출처 장위안 인스타그램]

JTBC '비정상회담' 출연진이 배우 정우성과 찍은 기념 사진 [출처 장위안 인스타그램]

'비정상회담'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 와서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일이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것이다. 아직도 첫 녹화를 기억한다. 2014년 7월 7일 방송을 시작해 2016년 여름까지 2년 정도 출연했다. 예전에는 한국인들이 외국인에 대해서 낯설어하고 궁금해하는 것도 많았는데 비정상회담이 방송된 이후 외국인을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게 된 것 같다.

하차할 때 아쉬움이 컸겠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사실 후련한 마음이 더 컸다. 2년 쯤 방송을 하고 나니 아는 얘기를 다 해버려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얘기가 없었다. 중국을 대표한다는 것이 늘 부담이 됐다. 나는 중국 북부에 있는 랴오닝 출신인데 북부 지방 사람들은 좀 보수적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에 있는 비정상회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내 의견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번은 중국 특집으로 4명의 중국인이 비정상회담에 출연한적이 있는데 같은 질문에 대한 의견이 4명 모두 달랐다. 그래서 나 혼자 중국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개편을 앞두고 제작진에게 중국 남부 지방 사람을 통해 중국의 다른 이야기도 들려주면 어떨까 건의했다.

[출처 SM C&C]

[출처 SM C&C]

중국 활동은 어떤가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일단 규모면에서 다른 나라의 방송을 압도한다. 사실 2015년에 중국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때만 해도 세계 각국의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참고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다른 나라 프로그램을 참고하는 것이 많이 줄었고 독창적인 방송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요즘은 중국에서 방송 출연을 하며 한국식 방송과는 너무 달라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 사전 인터뷰 2시간, 본 녹화 3시간 정도면 끝났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인터뷰를 1주일간 하고 본 방송은 8시간에서 22시간까지 녹화를 한다. 중국 프로그램이 섬세한 부분에서 많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의 경우 해외 방송을 많이 접하며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바링허우로서 느끼는 중국 젊은이들의 특징이 궁금하다.

내가 대표적인 바링허우다. 1984년생이다. 흔히 바링허우, 주링허우를 '소황제'라면서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불쌍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서 1자녀 시대를 유일하게 겪는 세대로서 두 사람이 결혼하면 양가 부모님과 본인들, 자녀까지 8명을 부양해야 한다.

중국의 바링허우는 취업난과 내집 마련, 결혼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스스로를 '노예 세대'라고 부른다. 1990년대 생인 '주링허우(90后)'와 2000년대 생인 '링링허우(00后)'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의 80~90년생 청년들과 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장위안은 "흔히 '소황제'라 부르는 바링허우(80后)가 오히려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불쌍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출처 차이나랩]

장위안은 "흔히 '소황제'라 부르는 바링허우(80后)가 오히려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불쌍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출처 차이나랩]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요즘 중국이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로서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아직까지 한국이 바라보는 중국은 몇 십년 전 모습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많은데 중국의 단점만 꼬집어 보다보면 한중 관계가 좋아질 수 없다. 열린 마음으로 중국의 잘하는 부분은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이나랩 김경미, 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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