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공로패 받은 원로 캐스터 서기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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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스포츠 캐스터 서기원(67.사진)씨가 19일 대한축구협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1970년대 중반부터 2002년까지 축구 캐스터로 활동'한 공로였다. 그러나 서씨는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67년에 축구 중계를 처음 했다"고 정정했다.

서씨는 64년에 RSB(라디오서울)에 1기 아나운서로 입사, TBC와 KBS 등을 거치며 구수한 목소리와 편안한 중계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축구와 육상 중계를 주로 했지만 야구를 빼놓고는 안해 본 종목이 없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축구 중계는 94미국월드컵 독일전. "그 찜통 더위에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열심히 뛸 수가 없었어요. 시간만 좀더 있었으면 역전하는 건데…."

당시 숱한 골 찬스를 놓친 황선홍에 대해서는 몇년 동안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서씨는 실수하는 선수를 놓고 "저게 뭡니까"식의 비난은 결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씨는 요즘의 축구 중계에 대해 장비와 기술은 크게 발전했지만 캐스터와 해설자의 중계 스타일은 '라디오 시대'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해설자가 캐스터보다 먼저 '골~'이라고 소리치고, 캐스터가 '4-4-2가 어떻고' 말하는 것은 서로의 영역을 넘어서는 거지요. 또 시청률을 의식해 지나치게 흥분하고 오버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아요."

서씨가 생각하는 '좋은 중계'는 바른 말.고운 말과 정확한 발음으로 시청자들이 차분히 경기 장면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너무 말을 많이 하면 오히려 시청자의 '볼 권리'를 빼앗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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