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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이 지혜 「두레」통해 "함께사는 이웃"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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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사회는 최근 전통적인 지역공동체적 삶의 모습을 잃게 되었다.
혈연공동체, 혹은 마을이나 고을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의 삶은 「함께 사는 이웃」이라는일체감과 연대감에 기원해 상호의존적이면서 또한 비형식적인 평등관계를 가질수 있었다. 그속에서 사람들은 협동해 함께 일하고 같은 놀이를 가지고 함께 즐기고 공통의 윤리관에 의한 의례와 규범을 가졌다.
그러나 도시화에 따라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관념적으로는 개인주의화되고 있지만 의식의 뿌리에서는 촌락 공동체적 삶에 대한 향수와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실현되었으면 하는 강한 욕구를가지고 있다.
한편 우리의 농어촌에는 아직도 지역공동체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다. 협동과 호혜의 정신과 함께 즐기는 대동의 놀이가 남아 있다.
갈등요소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인간적 정에 기초한 함께 사는 이웃」의 존재를 찾게 되고 함께 존재함을 느끼게 하는 공동의 모임, 즉 축제(놀이)를 갈구하게 되었다.
우리조상들의 전통적 공동체는 함께, 때로는 헌신적으로 일하는 「두레」와 상부상조하는 각종 계모임, 생활의 규범인 향약, 제의적 성격이 포함된 대동놀이등을 가졌다.
그러나 전통적 공동체의 근본정신이었던 협동·호혜·평등의 정신과 대동의 모습은 지금에 와서 더욱 절실해졌다고 보여진다.

<현대적 계승 가능>
한상복교수 (서울대·인류학)는 『과거처럼 자치적이며 자급적인 공동체의 삶은 있을수 없으며 국가적 일치가 요구되는 오늘의 상황에서 지역적이고 폐쇄적인 공동체의식은 지역간의 갈등, 도농간의 대립을 불러올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전통공동체의 미덕인 협동·호혜·평등의 정신을 중심으로해 더 큰 지역공동체, 나아가 국가의 통합을 이루는 집합적 공동체의식으로 동심원적 확대를 이루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도농간의 공동체외식, 자본가와 노동자의 공동체의식, 지역감정등을 극복하는 공동체의식과 나아가 민족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통일운동에까지 전통적 공동체의식의 확대와 현실적 실현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생활공동체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운동·노동운동·공해추방운동등이 그러한 것이며 이들 운동들은 자체내의 결속을 공고히 하는 한편으로 타집단에 대해 「함께 살아가기」를 요구하는, 또 깨우치는 힘이 되고 있다.
이들 운동들은 전통공동체에서의 협동과 놀이를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연구와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적 계승이 가능하고 또 현존하기도 하는 전통공동체의 협동형태·규범·의식·놀이등이 있기 때문이다. 전통공동체의 협동·규범·놀이를 살펴보고 현대적 계승의 가능성을 알아본다.

<두레>
마을 일터를 돌아다니며 공동으로 일하는 것이 「두레」다. 농번기에 마을 장정들이 모두 동원되어 경작지를 차례로 돌며 모심기·김매기등을 했고 어촌에서도 공동작업이 이루어졌다.
논농사의 경우 비슷한 노동력을 지닌 장정들이 참여하는데 경작면적에 따라 참여하는 노동일수나 인원수가 조정됨으로써 경작지가 많은 사람이 득을 보거나 경작지가 적은 사람이 손해보는 일이 없이 노동력의 등가교환이 이루어겼다.
두레의 협동관행은 전통적인 공동체생활에서 마을사람들의 상호부조정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그러한 관행으로 상호부조의식이 강화되었다.

<굿과 대동놀이>
마을사회의 공동체의식은 한 마을에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이웃관념을 전제로 생성되어진다. 이러한 이웃관념과 협동관념·연대관념이 공동체의식 생성과 규범및 기능구실을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이러한 관념을 공동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그러한 계기가 마련되더라도 남녀노소가 한 동아리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축제형식의 잔치·축제·놀이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축제·놀이를 통해 협동·연대가 생겨난다.
마을단위로 전승되는 축제에는 동제 (마을굿)가 있고 민속놀이로는 대동놀이·패놀이등이 있다.
동제는 매년 하는 동신제와 몇년에 한번씩 하는 별신굿으로 가를수 있다.

<공동의 신명풀이>
우리의 진통적 대동놀이에는 지신밟기·강강술래·농악놀이등이 있다. 이들 놀이는 어느것이거나 노래와 춤·풍물이 중심을 이룬다. 풍물대나 소리꾼이 놀이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면 그 공동체의 일원이면 누구나 함께 참여해 신명풀이를 했다.
대동놀이가 가무를 통해 더불어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확인했다면 패놀이는 지역적 공간이 다른 집단과 집단이 맞무딪쳐 거루른 동안 상대적으로 획득하는 연대의식을 고취한 것으로 줄다리기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향약>
향악은 우리 전통공동체의 규범이었다.
마을내부의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고 마을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 공동규범이 필요했고 그것이 향약으로 나타났다.
향약은 그 규정이 매우 엄격했지만 그 주된 내용은 국가의 형벌과는 다른 측면에서의 인간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공동체의 공동이상이 표현된 것이었다. 동네매를 때린다든가, 마을에서 쫓아내는, 또 스스로 떠나게 하는 규범들은 전통적 유교문화와 수치문화의 발현들이라고 보여진다.
향약에서 도덕요목으로 정한 것은 덕업을 서로 권하고, 과실을 서로 규제하고, 예의를 지켜 속되게 하지 않으며, 곤란을 당한 이웃을 서로 구휼하는 것이었다.

<법보다는 도덕률로>
이러한 규범이 지켜지지 않을때 마을의 어른인 영좌는 대동회를 열어 벌을 정했다. 향약과 같은 공동체 규범은 공동체내부의 질서와 정의를 내부의 도덕률과 관습에 의해 지키고 외부의 사회통제 기관이나 국가의 법에까지 의존하지 않으려한 것으로 공동체 자부심의 발로라 할 것이다.
또 국가의 법보나는 도덕률의 따른 삶을 지향한 것으로 유교적 이상향을 꿈꾼 규범이다.

<계>
상부상조의 형태로서 계는 오늘에도 이어지고 있다. 전통공동체에서는 그형태가 다양했다.
동계·이중계·군십계등은 마을을 생활공동체로 만들었다. 경지·임야·혼상패등 공유된 것이 많았고 마을사람들에게 평등하게 그 재산의 이익이 향유될수 있게 했다.
현재에도 어촌계는 잘 전승되면서 확대되고 있다.
경북 영일군 구륭포읍석2동의 경우 상포계·전적계·동갑계·관례계등이 예전과 같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이 조사되고 있다.
석병2동의 어촌계는 마을학교를 만들고 제방을 쌓으며 마을도서실·미역양식장·전복양식장·선착장을 만드는등의 협동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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