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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소위한 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우리사회는 대외지향적 공업화 전략과 불균형성장정책을 통해 빠른 속도의 산업화를 경험해왔다. 다른 선진사회의 선례에 비추어 본다면 이러한 변화는 매우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사회는 한편으로 성취능력을 확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급격한 변동으로 야기된 하위체계 안과 하위체계 사이의 긴장을 흡수·조정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우리사회의 갈등은 크게 계층간·세대간·지역간 갈등으로 요약된다. 또 작게는 여러 이익집단 사이의 무수한 형태의 이해충돌을 열거할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통틀어 전근대사회로부터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길수 밖에 없는 필연적 측면과 구체적 공업화 전략, 국가권력의 윤리문제등에 의해 생긴 선택적 측면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
갈등의 해소란 이 두측면을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비로소 시작될수 있다.
사회적 분업의 진전에 따라 단순한 분업사회를 뒷받침하던 도덕적 연대는 새롭고 전문화된 분업사회에 맞게 재구성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일단 그 이전 전통사회의 도덕적 토대가 상당부분 해체될 수밖에 없는 절박성과 새로운 사회에 알맞는 도덕적 토대를 형성해야 하는 긴요성을 동시에 말해주고 있다.
근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도덕적 기초는 경기규칙(rule of game)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전통사회에 있어서의 보호와 복종을 대체하는 것으로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으면서, 또한 정해진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흔히 자유와 의무, 자율과 책임이 동시에 강조되는 것은 사회성원 모두를 독립된 경쟁자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같은 사회에 같이 사는 일원으로서의 이중성을 지닌 존재임을 지적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사회의 갈등해소를 위한 기본적 처방은 올바른 경기규칙의 형성과 수용에서 찾아져야 할 거이다.
보다 구체적 처방은 다시 구조의 측면과 행위의 측면에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는 부패구조의 청산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의 구조가 형성될 수 있고 개인과 사회의 능력발휘를 경제화 시킬수 있다.
행위의 측면으로서는 동감에 기초한 행위, 즉 역지사지의 실천이 중요하다.
신로의 구조적위에서 우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회성원이 우리사회의 다수를 차지한다면 우리사회의 갈등은 곧 발전을 위한 재료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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