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 손실 눈덩이 환경 이유로 더 못미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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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반발로 중단된 국책사업이 조만간 재개된다.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경부고속철도 노선을 기존안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서울외곽순환도로도 불교계.시민단체까지 참여한 공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공사를 중단해 경제.사회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북한산 관통 구간은 1년10개월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은 7개월간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모든 이해 당사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정부가 방침을 정하면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안대로 국책사업을 재개할 경우 종교.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이를 어떻게 무마할지가 관건이다.

◆경부고속철도=경남 양산 천성산과 부산 금정산을 통과하는 기존 노선으로 결정됐다. 3대 국책사업 중 시민.종교단체의 반발이 가장 거셌던 이 사업을 원안대로 강행키로 먼저 결정한 것은 새 노선으로 바꿀 경우 생기는 손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와 고속철도공단은 기존 노선을 포기할 경우 완전 개통이 당초 예상보다 7년 늦어진 2016년께 가능하고 이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이 18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미 경부고속철도는 공기가 지연되면서 예상보다 훨씬 큰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고 있다. 당초 6조원으로 책정된 건설비는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공사가 1년간 중단되면 2조5천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선을 변경할 경우 경주.울산.포항권과 부산권 지역주민 간의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서울외곽순환도로=정부는 북한산 국립공원 외곽에 사패산 터널을 뚫는 기존안대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불교계 및 환경단체의 의견을 다시 한번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공론조사를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추진하기로 했다.

공론조사는 특정 사안에 대해 지식과 정보가 없는 일반인까지 조사하는 보통 설문조사와 달리 사안을 상당히 파악하고 있는 이해 당사자들에게 모든 자료와 정보를 제공한 뒤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방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월 말 공론조사를 제의했지만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기존안대로 노선을 추진하길 바라는 주민이 많기 때문에 공론조사를 하면 기존안에 대한 지지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들 단체가 끝까지 공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시간만 더 끌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기존안보다 더 바깥으로 우회하는 대안 노선의 경우 ▶산림 훼손 면적이 훨씬 많고▶이용인구 감소▶교통비 증가 등 문제점이 많다고 판단한다.

특히 북한산 공원지역을 피해 의정부 쪽으로 우회하는 노선은 너무 돌기 때문에 도로로서의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인운하=경인운하는 환경파괴 우려가 있고 사업성이 없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단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은 지난 16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경인운하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결의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방수로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단계별로 건설하는 방안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건교부는 상습 수해지역인 굴포천 유역의 수방대책을 위해 일단 굴포천 방수로와 제방도로는 계획대로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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