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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국민화합 해치는 뿌리깊은 고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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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의 하나인 지역감정은 영·호남간이 가장 두드러져 이른바 갈등의 「동서현상」이 여론조사때마다 나타나 이에 대한 치유책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누구나 지역감정이야말로 존재해서는 안되며 이는 한시바삐 풀어야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이를 극복치 못하고 있어 지역감정에 대한 국민들의 규범적인 의식과 현실의 행태사이에 큰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중앙일보가 매년 실시하는 국민의식조사와 금년부터 매월 실시해온 정기여론조사에서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직전 (87년11월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화합을 가장 크게 해치고 있는 요인을 알아본 결과 지역간의 갈등, 즉 지역감정이 34·2%로 가장 많았다.
국회의원들의 의식조사 (88년5월9일)에서도 13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과제로▲지역감정해소(17·7%)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이 ▲광주사태해결등 이어서 지역감정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사회의 모든 문제에 대해 지역간 이견이나 대립및 갈등 현상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수입·그린벨트해제·양담배수입등 경제문제나 노사문제·고교및 대학입시제도등 교육문제등에 있어서는 지역간의 의견차가 거의 없었으며 설혹 약간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영-호남으로 갈라지지 않고 도시나 농어촌이냐등 지역특성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었다.
그러나 5, 6공화국과 관련된 정치적 정점이 거론되면 영남지역은 현실긍정적으로, 호남지역은 이와 반대로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음이 조사결과 나타났다.
지난9월의 국민의식 조사결과를 보면 노대통령의 정책성과에 대한 평가를 점수로 환산시켜 본 결과 대구 (2·48점)와 영남(2·39점)이 가장 후한 점수를 준 반면 광주(1·9점)와 전남(2·15점)이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다.
전씨 처리문제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보여줬다.
국회에서의 직접증언·사면반대·형사처벌등 적극적 해결방식에 대해서 광주와 전라주민들이 단연 지지가 높은 반면 관용과 소극적 방식에는 영남사람이 비교적 많이 찬성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국민들은 현실적으로는 지역간의 집착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데도 관념적인 생각에서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당위성에 사로잡혀 있는 모순을 안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직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로▲정치경력 29·7%▲정치노선 28·4%▲선거공약 l5·8%순으로 출신지역을 꼽은 사람은 불과 6·2%에 불과했다.
대통령의 자격요건을 묻는데도 △신뢰성 56% △건강 l8·9% △정당 11·4%△식견 10·5%순으로 출신지역을 보겠나고 응답한 사람은 불과 l·4%밖에 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선거에 지역감정을 반영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응답했지만 투표결과를 보면 출신지역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지역감정이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82·9%라는 절대다수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어떤 정당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특정지역을 대변하는 정당을 꼽은 사람이 불과 2·6%밖에 안되는데도 실제 선거결과는 「지역당」의 출현으로 나타나 사고와 행동의 이중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같이 지역감정이 악화된 요인에 대해 지난9월의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간의 불균형 (39·2%)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다음이 △광주사태 20·4% △대통령·국회의원선거 17·1% △인사정책 11·8% △호적제도 2·8% △프로야구 1·2% 순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지역감정이 과거의 뿌리깊은 역사적 산물이라기 보다는 3공화국이후 근대화작업을 추진하면서 일부지역을 소외시킨데서 그 큰요인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할때 지역감정이 민감한 정치 이슈일수록 뚜렷이 표출되고 있을뿐 아니라 그것이 정치지도자나 정당과 연결되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감정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정치지도자들의 반성과 정당의 역할이 가장 큰요인중의 하나가 될것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오고 있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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