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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들, "공동선언, 비핵화 진전으로 보기 어렵다" 평가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뉴스1]

‘비핵화 진전으로 보는 것은 너무 이르다’(요미우리신문 사설), ‘비핵화 구체안 결여’(마이니치신문 3면), ‘북한 비핵화 또 조건부’(니혼게이자이신문 1면)….

영변 핵시설 '조건부 폐기' 조항 등에 주목 #미국으로부터 보상 끌어내는 北전략 변화 없어 #남북 군사합의 "주한미군에 지장 우려"

20일 일본 신문들이 평양공동선언 관련 기사에 붙인 제목들이다.
일본 주요 언론은 남북한 정상이 전날 발표한 공동선언의 내용을 전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내용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내놨다. 특히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조건부 폐기’를 거론한 것에 주목하며 “큰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 신문의 이날 1면 톱기사 제목은 ‘북한 핵시설 폐기 미국에 조건’, 아사히 신문은 ‘핵시설 폐기 미국의 대응이 조건’이었다.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이 비핵화 노력을 다짐하면서도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전제 조건’을 내건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요미우리는 사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것으로 핵폐기를 결단했다고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또 “핵무기를 그대로 둔 채, 비핵화 조치를 찔끔찔끔 내놔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 등의 보상을 끌어내려는 전술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사히도 해설기사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폐기 범위도 모호해 비핵화를 향한 큰 진전이 있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며 “북한은 이미 다양한 이동식 발사대를 보유해 동창리 발사대를 영구 폐기해도 탄도미사일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비핵화 구체안 결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협상으로 이어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내놓은) 비핵화의 구체안이 부족해 북·미 간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전제 조건 없는 비핵화를 부정하고, 체제보장과 경제협력 선행을 목표로 하는 자세를 재차 보였다”고 보도했다.

남북한의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서는 주한미군 활동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요미우리는 합의 내용에 대해 “북한 비핵화가 진전이 없는 가운데 주한미군 활동까지 얽매일 수 있는 합의를 한 것에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북한 내 군사 동향을 감시하는 한·미의 정보수집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사히는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북으로 각각 5km까지를 완충지대로 설정한 항목을 전하면서 “군사분계선으로부터 평양은 약 170km 떨어진 데 비해 서울은 약 50km 거리에 있다”며 “(이 조항은) 북한에 유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했다. “(완충지대 설정으로) 병력 전진 배치가 제한되면 서울 방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발표에 대해서는 “놀랍다”고 평가하면서도 비핵화를 향한 구체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도쿄신문은 20일자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전 김정은 위원장에게 선(先)핵폐기를 설득하겠다고 했으나 공동선언의 내용을 보면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획기적이지만, 비핵화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의 서울 방문은 혼란을 부르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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