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멕시코 국경은 최첨단 장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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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최첨단 군사장비를 동원해 미국멕시코 국경 감시를 추진하는 가운데 조지W 부시 대통령이 18일 멕시코 국경에 인접한 애리조나주 산루이스에서 국경수비대 차량을 타고 유마(Yuma)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산루이스 로이터=뉴시스]

미 행정부가 최첨단 무인정찰기 등 군용 감시장비로 600㎞에 달하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지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8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무인정찰기, 대형 비행선, 정보위성 등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사용됐던 장비를 국경 감시에 동원할 계획이다. 또 이 감시 장비 운영을 군수업체에 맡기려 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보잉.노스럽 등 거대 군수기업들은 20억 달러 규모의 국경 감시 장비 입찰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현재 각 군수업체들이 멕시코.캐나다 국경에 자신들이 개발한 최첨단 감시 장비를 배치할 계획이다. 록히드 마틴은 헬륨가스를 가득 채운 대형 비행선을 하늘에 띄워 불법 이민자들의 움직임을 감시할 방침이다. 노스럽이 배치하겠다는 장비는 '글로벌 호크'. 이 무인 정찰기는 보잉 737만한 날개를 이용해 2만m 상공에서 국경 일대를 샅샅이 감시한다. 또 노스럽사는 트럭에서 이륙하는 소형 무인비행기로 밀입국자들을 끝까지 추격해 잡아낼 계획이다.

이 밖에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저절로 작동되는 자동 감시카메라도 국경 곳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미 정부가 국경 경비를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군수업체까지 끌어들이려는 건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 이민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경수비대는 국경을 넘어오는 멕시코인 120만 명을 체포했으나 50만 명은 밀입국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안전한 국경 작전'이란 이름 아래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 15일 발표된 주 방위군 6000명의 국경 배치나 이번의 첨단 군용 장비 동원 노력도 같은 맥락이다. 국경수비대 측은 첨단 감시 시스템를 도입할 경우 밀입국자 규모를 소상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적절한 규모의 단속 인원을 투입해 인력 낭비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과거에도 '문지기 작전' 등 거창한 이름의 국경 강화 조치가 취해졌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그간 4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시 카메라의 절반이 고장난 상태며 자동인식 장치가 감지한 움직임의 92%가 야생동물 또는 바람"이라며 이번 조치에 의구심을 보였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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