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2의 동북공정'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 정부와 중국 문화부 산하 '중화애국공정(工程)연합회' 등이 공동으로 옌볜에 대형 문화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화 단지에는 조선족 역사 외에 한국과 북한의 문화.역사를 포함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어서 2002년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려 했던 '동북공정'식의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진달래 문화발전 유한공사'는 옌볜 자치주 정부 및 중화애국공정연합회와 공동으로 19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관련 연구 토론회를 개최했다.

진달래 문화발전 유한공사 측은 "자치주 정부의 지원 아래 옌볜에 향후 220만㎡ 규모의 문화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에 앞서 중화애국공정연합회는 옌볜 자치주 지역을 중화애국주의 교육기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사업에 16억 위안(약 19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문화 단지가 향후 5년 안에 세 단계로 나뉘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 단지는 모두 7개 구역으로 구분되며 중국에 뿌리내린 조선족 문화와 함께 조선시대 왕실 문화, 전통시대 한국의 양반 문화 등을 망라할 예정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뉴스 분석] "중국문화에 조선족문화 포함" 의도

옌볜 조선족 자치주 정부와 문화부가 간여하고 있는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내 조선족 문화를 '중화 애국주의' 안에 분명하게 가둔다는 점이다. 아울러 현재 조선족 문화의 근저인 한반도 문화를 함께 집어넣음으로써 한반도의 문화적 정체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칫 2002년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 속으로 편입하려 해 커다란 물의를 빚었던 '제2의 문화적 동북공정'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

조선족 문화단지 조성 자체는 중국 내 동포들의 현재 국적과 거주 범위 등을 두고 볼 때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이 건립하려는 조선족 문화의 틀이 한반도에 엄연히 존재하는 한국과 북한의 문화를 망라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건립하는 문화 단지에 들어갈 내용은 중국에 정착해 뿌리내린 조선족의 삶의 자취에 국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섣불리 조선의 궁중문화와 양반가 예절, 한민족의 특성과 문화적 특질 등을 함께 뒤섞을 경우 한국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